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이 마비된 것과 관련해서 “상황이 보기보다 심각하다”면서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재난에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찰청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연달아 밀어붙이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가 “재난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 제발 활용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방송미디어통신위법(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예정대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방통위가 폐지되면서 내년 8월까지 임기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자동 면직된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본회의에서부터 검찰청 폐지가 골자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한 처리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이 정치 현안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 중단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김 원내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소수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려면, 먼저 다수당이 여야 합의가 안 된 악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면서 “곧 있을 ‘이진숙 축출법’ 표결과 이후 예정된 악법 강행 처리를 모두 중단하고, 정부조직개편 전반에 대해 추후 재논의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된다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