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6·25전쟁 참전국 기념 ‘감사의 정원’ 조성과 관련해 “광화문에 굳이 ‘받들어 총’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지 의문”이라며 행정안전부에 “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의 정원’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국가적인 상징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설계를 공모해 선정한 사업이다.

당선작인 ‘감사의 빛 22’ 조형물은 6·25전쟁 참전국 22국을 상징하는 5.7~7.0m 높이 조형물 22개를 세우고 조형물에서 발사되는 빛기둥을 만드는 것이다.

조형물은 22국에서 검은 화강암을 가져와 만들기로 했다. 측면에는 각 참전국 고유 언어로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글귀를 새긴다. 지하에는 22국의 국기를 보여주고 현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광화문역과 KT빌딩, 세종문화회관 등과 연결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조성될 ‘감사의 정원’ 상상도. 서울시​​​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의 정원’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면담에는 김 총리와 김준혁 국회의원, 임종국 서울시의원, 윤경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상임대표,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이들과 함께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김 총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모신 공간에 ‘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국민들께서 이해하실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조형물을 외국에서 돌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한다는데, 아직 미국 등이 보낸다고 확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들었다”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총리실은 김 총리가 행정안전부에 “이 사업에 법적·절차적·내용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김 총리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사업을 잇따라 비판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종로구에 있는 종묘(宗廟)를 찾아 서울시의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고밀도 개발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또 14일에는 서울시의 한강버스 사업의 안전성을 점검하겠다며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의 한강버스 선착장을 찾아 “안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16일 한강버스가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자 다시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서울시에 안전 점검을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