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들어서만 국회와 정부 출신 인사 18명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대다수가 대관(對官·기관 상대)' 분야 인력으로 국회 등을 출입하며 입법 동향을 파악하거나 정부 부처에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영입은 보안 등 기초 투자보다 정치권의 국정감사와 정부의 규제나 과징금 등의 방어를 위한 로비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이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최근 야간 근무자의 잇따른 사망 사고, 입점 업체 수수료 문제 등 각종 논란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왔다. 전직과 현직 대표도 전문직이 아닌 대관 분야 출신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쿠팡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

2일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에 따르면, 올해 쿠팡(계열사 포함)으로 이직하기 위해 감사관실 취업 심사를 받은 4급 보좌관은 총 9명이었다.

쿠팡에서 이들의 직급은 부사장·전무·상무 등 임원이었다.

취업 심사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서·비서관으로 넓히면 더 많은 인원이 쿠팡으로 옮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쿠팡이 계엄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것을 예상하고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보좌진 출신도 포함됐다.

정부 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4급 이상 공무원 등 취업 심사 대상 9명도 올해 쿠팡이나 계열사에 취직했다.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닌 공직자 출신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 5~6월 고용노동부 공무원 8명을 영입했다.

쿠팡은 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 노출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과징금 1628억 원을 부과받자 올해 공정위 직원 2명을 영입했다.

쿠팡은 특히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관 조직을 크게 늘려 의원 보좌진뿐 아니라 고용부, 금융감독원 출신까지 공격적으로 채용했다. 10년 차 미만의 고용부 사무관은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잇따른 근로자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의원실을 들락날락하며 해명 자료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서는 올해 들어 물류센터에서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새벽배송 등 '로켓배송' 업무 행태로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과 함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표도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조직 출신이다. 2012년 정책 담당 실장으로 쿠팡에 합류했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로 옮긴 강한승 전 대표도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었다.

미국 국적의 오너 김범석 쿠팡 창업주는 2021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대규모 인적·물적 피해가 나자 쿠팡 한국 법인 의장과 등기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했다. 이후 이른바 '바지 사장'을 앉히고 최고 경영자로서의 법적 의무에서 벗어났다.

김 창업주는 미국 본사를 통해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한국에서는 대관 출신을 전면에 내세워 사법 리스크와 국회 출석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실제 박 대표는 2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다음 날 김 창업주의 출석 요구에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한편 현재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건은 출범한 상설 특검의 수사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 건은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퇴직금 미지급 건과 관련, 검찰 내 간부가 ‘기소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특검 가동으로 쿠팡의 대관 임원들의 의원회관 출입 빈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