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깨라" 여론에 충청권에 한국벤처투자은행 설립 구체화
카뱅, 케뱅 맡았던 EY컨설팅 연구용역 착수
기업금융특화 국책은행도 신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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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03:26 | 최종 수정 2023.02.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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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금융 당국 수장들의 대형 은행의 '과점 체제'의 문제점을 강력 거론하는 가운데 벤처기업 자금 지원 중심의 '충청권 지방은행' 재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충청권 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퇴출된 이후 이 지역의 지자체와 경제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법인 EY한영의 컨설팅 조직인 'EY컨설팅'은 대전시로부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준비 용역을 수주해 지난달 말부터 연구에 들어갔다.
대전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 모델을 본 따 ‘한국벤처투자은행(가칭)’을 만들어 대덕특구 등에 있는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기준으로 충청권의 벤처기업은 대전 1419개, 충남 1131개 등 3580여 개로 경기(1만 941개), 서울(1만 292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인구 10만 명당 창업기업은 서울(7.6개)보다 많은 10.3개에 달한다.
EY컨설팅은 지난 2016~2017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출범 때 설립 컨설팅을 하는 등 디지털금융·인터넷은행 컨설팅 노하우를 갖고 있다.
EY컨설팅 측은 “신기술 및 신산업 분야 자금 조달 지원은 물적담보 기반이 아닌 무형자산을 주로 평가해 대출과 관련한 전문지식과 긴 시간이 필요하고 평가 비용도 높아 국내 금융사들은 소극적이었다”며 “기술 중심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기업금융 중심의 새로운 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가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특화된 은행 등으로 금융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이 같은 정부의 금융 기조를 살펴보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Y컨설팅은 이와 관련해 ▲기업금융 특화 특수국책은행 신규 설립안 ▲시중 은행, 지방 은행, 인터넷은행 등 일반은행 신규 설립안 ▲공공기관의 특수은행화 검토안 ▲현 시중은행 기반 활용안 등 4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동구 당협위원장인 윤창현 의원은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의 충청권 은행은 지금의 금융지주사의 과점 체제 해소, 국내 벤처 생태계 확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전문은행의 설립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충청권(대전·충남북·세종)에는 대전·충남에 충청은행이, 충북에 충북은행이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첫해인 1998년 모두 퇴출됐다.
이후 각종 선거철만 되면 충청권의 지자체와 경제계는 은행을 다시 만들어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선거 기간 반짝 거론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역 자본의 역외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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