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힐튼호텔, 지금 높이의 두 배 38층으로 재건축?

소유주, 서울시에 재건축 안 제출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18 16:00 | 최종 수정 2023.05.18 16:01 의견 0

해체된 대우그룹의 상징물인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힐튼호텔)을 현 건물보다 두 배 정도 높게 지겠다는 계획안이 서울시에 접수됐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이곳에 쇼핑몰과 사무실, 호텔을 짓는다. 다만 힐튼호텔이 근대건축유산으로 인식되는 점을 감안해 호텔의 상징이었던 1층 메인 로비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살려 보전한다. 이 개발 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 전경. 아이홀 홈페이지 캡처

18일 업계에 따르면, 힐튼호텔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곳에는 건폐율 49.98%, 용적률 1107%, 150m 높이 2개 동(지하 10층, 지상 38층)의 복합시설로 짓는다. 이는 23층(71.35m)인 기존 힐튼호텔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고밀도 복합 개발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인근 서울로타워(옛 대우재단빌딩), 메트로타워 등을 사들이기 위한 매매 계약을 마쳤다. 힐튼호텔뿐 아니라 주변 빌딩을 공중보행로인 스카이워크로 연결해 대규모 오피스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의 힐튼호텔이 산 중턱(약 30m 고도)에 위치해 개발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실제 높이는 180m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맞은편에 있는 서울스퀘어가 23층(높이 81.9m)보다 두 배 이상 높고, 남산을 낀 신라호텔(최고 23층),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최고 21층)보다도 두배 가까이 높다.

6층 높이로 아래 위가 탁 트여 준공 당시부터 화제였던 호텔의 메인 로비는 기존 대리석 계단, 기둥 등을 최대한 보전한다. 힐튼호텔은 1983년 현대건축 1세대로 꼽히는 김종성 씨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직접 의뢰받아 설계했다.

김 씨는 1층 로비만큼은 꼭 보전되길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건물은 상업, 업무시설과 호텔 등 복합시설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1층은 쇼핑시설과 공용라운지, 지상 2∼29층에는 오피스, 30∼38층은 호텔이 들어선다.

이 같은 고밀도 개발 계획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2월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인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가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면 그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높이도 완화해 고밀 개발을 유도했다.

힐튼호텔 부지의 재개발안이 승인되면 대지면적 중 40% 이상이 녹지로 조성돼 서울시의 개방형 녹지 인센티브가 구릉지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문제는 남산 일대의 초고층 개발이 남산의 경관을 훼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힐튼호텔이 공원을 조성해 받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이 호텔 뒤편에 조성돼 폐쇄 구조이고, 공원 경계 대부분이 일반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아 호텔 이용객만이 녹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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