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87) 전 국가정보원장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후손이 결성한 단체인 광복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지난 1월 법원 결정으로 관선 변호사 직무대행 체제 4개월만이다.
특히 김원웅 전 회장 재임 4년간 정치 편향과 '비자금 조성' 논란, 이어진 후임 회장들의 직무 정지·소송전으로 내홍을 겪다가 새 회장을 맞았다.
광복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종찬 후보가 총 209표 가운데 98 표(46.9%)를 얻어 제23대 광복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부회장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진 대의원(전 주택공사 사장)이 선임됐다.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해 김 전 회장 당시 광복회 서울지부장 지낸 장호권 전 광복회장(장준하 선생 아들)은 77표(36.8%)를 얻었고 이동진 후보(이을성 선생 손자) 23표, 조인래(조소앙 선생 동생, 조용한 선생의 손자)·이형진(이재현 선생 아들) 후보 각각 5표, 차창규 후보(차희식 선생 손자)는 4표를 받았다.
총회 구성원(선거인)은 광복회의 각 지역 지부장, 대의원 181명 등 총 209명으로, 모두 선거에 참여했다. 선거인이 전원 참석한 것은 각종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광복회를 다시 살리야 한다는 열의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복회장 선거는 회장·부회장·이사 등 13명, 지부장 17명, 대의원 181명 등 총 211명이 총회 구성원이 돼 1표씩 행사한다.
이 신임 회장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광복회가 그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여섯 다섯 단체로 나눠진 상태로 2차 세계대전을 맞았지만 결국 화합의 길을 걸었다”면서 “그 길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같이 걸어나가자”고 당부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신임 회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김대중 정부 시기 국정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9년 광복회장 후보로 나왔지만 고배를 마셨다. 4년만에 당선됐다.
한편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당선된 김원웅 전 회장은 공식 행사에서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 등을 ‘친일’로 규정해 ‘편향된 역사관’ 비판을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해 논란도 있었다.
이 와중에 광복회 공금 횡령·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져 수사 기관의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2월 16일 자진 사퇴했다. 광복회장이 개인 비리에 연루돼 자진 사퇴한 것은 1965년 광복회 창립 후 57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암으로 세상을 떴다.
광복회는 이후에도 회장 자리를 놓고 백범 김구의 손자 김진 씨 측과 장 후보 측의 갈등이 벌어지며 내홍을 겪었다.
김 전 회장 사퇴 3개월만인 5월 보궐선거에서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재임 5개월만에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됐다.
장 후보가 선거 당시 담합 의혹을 제기한 광복회원을 모형 권총으로 위협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김진 씨가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그도 총회 소집 절차 등이 문제가 돼 올해 1월 3개월만에 물러났다. 이후 관선 변호사인 최광휴 씨를 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이 신임 광복회장은 1936년생으로 경기고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제11~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정무 제1장관과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제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김대중 대통령)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원장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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