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대비 엔화가 900원 선이 무너졌다. 8년 만에 최저치다.
하나은행이 5일 고시한 원화-엔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00엔에 897.29원이었다.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900.92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다가 800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엔화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지속 약세를 보여 달러당 엔화는 지난해 151엔대에서 최근 145엔 안팎으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일본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일본은 기준금리를 -0.1%로 정하고, 국채 수익률을 0%대에서 관리하는 ‘돈 풀기’ 정책을 펼쳐왔다.
최근 불황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올해 하반기(7~12월)에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것도 엔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엔저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엔저가 되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 이후 엔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 심할 뿐 장기적으로는 원화,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국가의 통화도 강달러 속 동반 약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