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해 백신값 올린 32개 제약사에 과징금 409억 부과

낙찰가가 '입찰 상한가' 넘는 경우 80%
녹십자·보령바이오파마·SK, 12년 만 또 제재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0 20:44 | 최종 수정 2023.07.23 01:09 의견 0

7000억 원 규모의 백신 입찰 담합으로 정부 예산을 빼먹은 백신 제조사와 백신 총판 업체들이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32개 백신 관련 업체들이 지난 2013~2019년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백신 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 총판(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 도매상은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뒤 투찰가를 공유해 담합했다.

초기에는 의약품 도매상끼리 담합을 했으나 정부가 2016년부터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정부가 전체 물량의 5∼10%인 보건소 물량만 구매)을 정부 총량 구매 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물량 전부 구매)으로 바꾸자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 총판이 낙찰을 받았다.

이들이 담합한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된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고스란히 정부 예산이 낭비됐다.

담합 범위는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24개 품목에 매출 7000억 원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낙찰 예정자는 전화 한 통만으로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 수행하면서 각자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를 알려주지 않아도 담합이 완성됐다.

이에 따라 낙찰가가 ‘상한 입찰가’로 인식되는 ‘기초금액’의 100%를 넘는 경우가 147건 중 117건으로 80%를 넘었다.

오동욱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는 100% 미만으로 낙찰받데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입찰 담합으로 예산이 낭비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등 3개사는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 5100만 원, 녹십자 20억 3500만 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 8500만 원, SK디스커버리 4억 8200만 원, 유한양행 3억 2300만 원, 한국백신판매 71억 9500만 원 등이다.

오 과장은 “백신 제조사가 공급 확약서를 이용해 의약품 도매상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추후 질병관리청과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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