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지목 '살인예고' 하루만에 10여 건…경찰, 잠실역·한티역·강남역 등 밤샘 수색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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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11:40 | 최종 수정 2023.08.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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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3일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14명이 피해를 입은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사 살인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협박 글에 집중 언급된 강남권 지하철역 인근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게시물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3일) 오후 5시 8분쯤 텔레그램에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수인분당선)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 나를 죽이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오리역을 범행 장소로 삼은 이유로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다. 너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적었다.
이어 3일 오후 7시 9분쯤에는 한 게시자는 흉기 사진을 첨부한 뒤 "서현역 금요일 한남들 20명 찌르러 간다"고 적었다.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한 위협 글도 다수 있었다.
3일 오후 7시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3일 오후 8시 30분쯤 토이갤러리에 "내일 오후 7시 강남역 5번 출구에서 한남 40명 정도 찔러주마"라고 협박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어 오후 11시쯤에는 디시인사이드 한석원 갤러리에 "내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라고 썼다.
또 이날(4일) 밤 2시쯤에는 국내 야구갤러리에 '오늘 오후 7시 강남역에서 100명 죽일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강남역 사거리에서 트럭으로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흉기로 찌르면 재밌을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앞서 이날 밤 1시 57분쯤 같은 커뮤니티에는 ‘내일 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가 삭제됐다.
경찰은 3일 오후부터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자 경찰 강력팀과 인근 지구대 인력 등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소방 당국도 인력과 차량을 배치했다.
송파구 잠실역 인근 롯데백화점은 자체 경비인력을 늘리고 폭발물 탐지견을 투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살인예고 글은 모두 21건이다. 이 가운데 2건은 검거했고 19건은 추적 중이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며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행위'와 같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국민들은 길거리에 나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가질 정도"라면서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선택한 만큼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전담대응팀을 꾸려 인터넷주소(IP) 추적 등 수사역량을 투입해 '살인예고' 게시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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