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완패한 것은 60~70대를 제외한 중산층, 2030세대, 중도층 등 모든 층에서 등을 돌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힘은 특히 강서구에서 중산층이 많이 사는 개발지 마곡지구에서 크게 패해 향후 경기 분당 등 수도권 텃밭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 등 대기업과 바이오 등 첨단 기업들이 몰려 있어 서울의 또 하나의 주요 신흥 거주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모든 행정동에서 패했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강서구 전체에선 2.2%포인트 뒤졌지만 20개 행정동 중 13곳에서 이기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6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이곳에서 11%포인트 차로 이겼다.
특히 국민의힘은 자신의 우세 지역인 마곡지구(가양1동, 방화1동)에서도 졌다. 이곳은 기존 주택가가 그대로 있어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마곡지구가 대규모 첨단지구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산층이 많이 유입된 상태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가양1동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다. 진 후보는 55.8%, 김 후보는 39.7%로 득표율 격차가 16.1%포인트였다.
대선 때 가양1동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7%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오 후보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19.6%포인트 앞섰다.
방화1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보궐선거에선 진 후보가 17.3%포인트(3330표) 차이로 이겼다. 지난 대선 때는 윤 후보가 199표 앞섰다.
구상찬 국민의힘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청장년층이 분노 투표를 했다. 본투표일 퇴근 시간대에 투표율이 급등했는데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투표장에 들렀다 귀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투표일 직전 리서치뷰 조사(8~9일)에선 중도층에서도 진 후보(59.8%)는 김 후보(27.9%)를 두 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평소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다수가 실제 투표에선 야당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서구 발산역 근처에서 30년 가까이 산다는 최 모 씨(60)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큰 틀의 승패 분석을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주민 입장 사이에선 또 다른 분석이 있다"며 "김 후보가 강서구청장 1년 남짓 할 때 가양동 CJ 부지 개발 건 개발 허가 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며 정지시켰다. 지역 주민 입장에선 허가 과정에서의 문제보다 마곡지구 이상의 상권을 기대하고 있는데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공천은 지역 민심을 잘 못 읽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선거를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사면 복권된 김태우 후보를 내년 총선용으로 다져야 했는데, 제 아무리 '내부 고발자'라며 사면의 정당성을 주장해도 표의 정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는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미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씨는 "딸의 KT 편법 입사로 물의를 일으킨 김성태 전 의원도 이전에 사면 복권돼 최근 국민의힘 강서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선거 과정에서의 지역민 여론은 둘 다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받아 '다스'로 움직이네 라며 비아냥거렸다"며 "김 당협위원장이 내년 총선에 나온다는데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에서 이곳에서 3선을 했다고 하는데 헌 흰고무신을 색칠하고서 나오는 꼴이라는 말이 많이 돈다"고 덧붙였다.
보수 지지층이라는 그는 '중동 파견 노동자'를 내세우며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파고들었지만 김 위원장은 이미 원내대표를 역임한 기득권으로 인식돼 내년 총선도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서구 등촌3동사무소 근처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50대 여성은 "손님들이 최근 3개 장관(국방부, 문체부, 여가부) 후보자 임명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을 하더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질 것으로 예감을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뼈아픈 게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39.4%를 얻었는데 대체로 윤석열 정부의 현재 지지율만큼 득표했다는 것이다. 어떤 선거를 해도 확장성이 없어 필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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