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길 다시 열렸다"···서울 광화문 월대 100년 만에 복원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0.15 17:25 | 최종 수정 2023.10.16 21:46 의견 0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1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와 현판 복원 기념 행사를 열고 새롭게 변신한 광화문을 일반에 공개했다.

광화문 앞 월대 유적지. 누렇게 표시된 부분이 월대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1920년대 초 월대가 사라지기 전의 광화문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월대는 과거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곳으로, 궁궐이나 종묘 등 중요한 건물에 치된 넓은 기단 형식의 대로다. 왕실의 주요 의례 등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무대로 쓰이기도 했다.

광화문 월대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전차 철로 설치 등으로 훼손된 뒤 도로로 사용돼왔으며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복원 공사를 해왔다.

이번 복원은 원형 부재를 다시 사용하는 등 과거 흔적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의 난간석 일부로 추정되는 석재들이 조선왕릉인 경기 구리 동구릉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재 40여점을 활용했고, 난간 양쪽을 장식하던 각 석조물도 제자리를 찾았다.

특히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동물 조각상도 이번 복원 작업에 큰 힘이 됐다. 또 서울 세종로의 상징과도 같았던 광화문 앞 해태(해치)상도 위치를 옮겨 시민들과 다시 만난다.

문화재청은 "100년 만에 모습을 되찾는 월대가 광화문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약 50m 길이의 월대가 놓인 광화문은 이전까지의 광화문과 확연히 다른 서울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쓰여진 광화문 현판도 이날 검은색 바탕에 금빛 글씨로 탈바꿈한 모습이 공개됐다. 새 현판은 고종 때 경복궁 중건을 맡았던 영건도감 제조(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임시 관서의 직책) 임태영이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따랐다.

학계 안팎에서는 10년 넘게 여러 차례 연구와 고증,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만든 새 현판이 현판 복원을 둘러싸고 이어온 논쟁의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난 광화문 현판 복원 과정에서 한글과 한자 중 무엇으로 할지, 어떤 글씨를 새길지 등 여러 의견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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