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길거리에 캐럴 사라진 이유 저작권 때문이 아니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13 04:19 | 최종 수정 2023.12.13 09:09 의견 0

오래 전부터 연말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좀처럼 듣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사람은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2일 “저작권 문제로 인해 거리에서 캐럴 음악이 사라졌다고 오해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며 “저작권이 아닌 소음·에너지 규제가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5호선 발산역 인근의 한 백화점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돼 연말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 정기홍 기자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매장 외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이 주간 65㏈, 야간 60㏈을 초과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협회는 “일상적인 대화 소리가 60㏈, 스마트폰 벨 소리는 70㏈ 정도임을 감안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리게끔 음악을 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매장 문을 열고 캐롤을 틀면 난방 효율 저하 관련 에너지 규제로 단속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소형 매장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회는 “캐럴에만 저작권료가 별도로 책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저작권법에 따라 대부분의 매장은 저작권과 무관하게 음악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납부 의무가 있는 카페, 대형마트, 피트니스센터 등에선 기존처럼 저작권료를 내면 저작권 걱정 없이 캐럴을 틀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면적 50㎡ 미만의 소규모 매장은 저작권료 납부가 면제돼 음악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없다.

저작권료 납부 기준은 면적 50~100㎡는 월 2000원부터, 100㎡ 이상은 월 1만 원만 납부하면 음악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한음저협 추가열 회장은 “대부분의 영업장은 저작권료 납부 의무가 없는 것이 현행 저작권법이므로, 소음 규제와 정부 에너지 정책 등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실내 캐럴 음악을 적극 사용해주고,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음악으로 작은 위안을 얻어 시민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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