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여의도 문법'대로 고심하며 삼고초려를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결심을 했으니 간 볼 이유가 없다. 보시는 국민들이 지루하게 생각한다"
21일 이임한 한동훈 법무부 전 장관이 이임식 직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 수락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9회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상황이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답했다.
그의 이 같은 말은 정치권에서 ‘민주당 200석’ 전망까지 나오는 등 국민의힘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
■다음은 한 전 장관이 기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 내용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비상(非常·긴급한 상태)한 현실 앞에서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다는 동료 시민과 함께 나라를 위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어가겠다.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고 한다. 그 나침반만으로는 그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순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 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는 약속 드린다.
-이임사에서도 '동료 시민'이라고 했는데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평소 많이 쓰던 표현이다. 민주 사회를 구성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간의 연대와 동료 의식이다. 그런 차원이다.
-예상보다 수락을 빠르게 했다.
→주위에서 '여의도 문법'대로, 고심하며 삼고초려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더라. 결심을 했으니 모양 갖추기 위해 간 보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러면, 보시는 국민들께서 지루하실 거다.
-비대위원 인선 기준은?
→비상대책위원장은 말 그대로 비상적 상황을 (맡는 자리를) 의미하는데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특별한 접촉은 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만날 의향은 있나
→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특정인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간 정치 참여에 선을 긋지 않았나. 마음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
→저는 어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爭鬪·서로 다투고 싸움) 의미에서의 정치를 멀리했다. 실제로 그런 일을 안 했다. '공공선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20여년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치는 기자분들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 한다. 대한민국 삶과 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다.
-법무부에서 추진하던 사업이 있는데.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면 제가 공공선을 위해 사심 없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국회에서 더 잘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러난다 해서 법무부에서 추진한 좋은 정책이 빛 바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정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대통령이든 여당,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 내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다. 국민의힘이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 승리해서 행정을 담당하는 이점이 있다. 국민의힘이 하는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약속'일 뿐이다. 그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국민들께 필요한 정책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이임사에서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인구 재앙 시대에 책임감 있게 대비하고 싶었다는 뜻이고, 저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우리나라를 좀 더 좋게 만들고, 국민을 좀 더 잘 살게 만들고 싶다.
-통합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나올수록 더 강해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로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겠다.
-현직 법무 장관에서 정치로 직행하는 데 논란이나 우려도 많다.
→말씀하실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한민국에 초유의 일 많이 있었는데 제가 일하는 과정에서 직분이나 위치 벗어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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