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CES 2024] '인간안보' 핵심테마 부각...."AI 포함 모든 기술, 인간 안녕에 복무해야"

임지연 승인 2024.01.14 16:47 | 최종 수정 2024.01.14 19:33 의견 0

#1. 수업 중인 학교에 무장 괴한이 불쑥 칩입한다. 입구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총기 감지 보안 카메라가 즉각 총기 이미지를 감지, 학교 보안 담당자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총기가 영상에 포착되지 않더라도 총성이 들리거나, 괴한의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 등 각종 소리를 오디오 AI가 탐지, 괴한의 동선을 경찰에게 알리고, 학생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기 위한 출입문 개폐 시스템을 자동 작동시킨다.

CES 2024 보쉬 부스. 보쉬 홈페이지 캡처

보쉬의 총기 감지 AI 시스템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Bosch)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총기 감지 AI 시스템(Gun Detection System AI)’이다. 이번 CES 2024에서 주최 측인 CTA가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HS4A)’ 부문 최고 혁신상으로 선정한 제품이다. 인간안보 부문 혁신상은 올해 처음 신설돼 16개 제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보쉬의 제품은 CCTV 카메라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기존의 금속 탐지기와는 달리 수업이나 학교 활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총기를 감지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 AI 처리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수행,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간단한 설치 및 통합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AI라는 첨단 기술이 학내 총기 사건사고에서 어떻게 인간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한국의 경상북도에 있는 스타트업 미드바르(Midbar)의 ‘에어팜(Air Farm)’도 CES2024 인간안보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제품 중 하나.

세계 최초 공기주입식 친환경 스마트팜 모듈인 미드바르의 에어팜. 미드바르 홈피 캡쳐


황무지를 뜻하는 '미드바르'의 에어팜은 세계 최초 공기주입식 친환경 스마트팜 모듈이다. 공기 중 수분을 잡아내 실시간으로 물을 자체 생산, 수도시설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 땅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식물을 기르는 기술 '에어로포닉스' 덕분에 기존 수경재배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살충제를 쓸 필요도 없고, 비료 사용량도 60%까지 줄이면서 수확량은 극대화한다.

이 제품 역시 식량 안보 위협을 받는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해의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미리 내다 볼 수 있는 CES 2024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는 AI와 모빌리티, 지속가능 기술, 푸드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 주제들이 소개됐지만,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가 메인 테마로 부각됐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이 주제는 CES 2023에서 첫 선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처음으로 혁신상 부문 가운데 하나로 인간안보가 신설됐을 정도로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장기화되고, 미중간 갈등은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자연 재해 등 기후 변화, 전염병 등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들이 도처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위기들을 극복하고 인간의 존엄과 평화 수호에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나아가 첨단 기술이 인류가 직면한 식량 의료 환경 안전 등 제반 문제 해결에 복무해야 한다는 관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안보라는 개념은 1994년 UN이 최초로 주창한 아이디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위협은 물론이고,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각종 범죄로부터 자유롭고, 식량 의료 환경 안전 등 다방면에서 풍요로워야 인간의 존엄과 평화가 지켜진다는 범인류적 안보관이다.

구체적으로 식량 안보, 의료 접근성, 경제 안보, 환경 보호, 개인 안전, 공동체 안전, 첨단 기술, 정치적 자유 등 8개 부문이 인간안보의 영역으로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 9월 18일 제78차 유엔 총회에서는 인간안보의 새로운 8번째 분야로 ‘첨단기술 안보’가 추가되면서, CES 2024에서는 '첨단 기술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더욱 분명해졌다.

올해 CES 혁신상 수상작 가운데 16개 제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인간안보였던 것,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인간 안보 개념으로 '식량 의료 환경 안전 등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으로 설정한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게리 샤피로 CTA회장은 “2024 CES의 전반적 주제는 지속가능성, 그리고 기술을 통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깨끗한 공기와 물을 확보하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이 인간안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나 전쟁 뿐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GAI(범용인공지능)의 출현이 머지 않아 이뤄질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이 인간의 안녕에 단순히 기여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철저히 복무해야 한다는 '인간안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