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살까? 지금 들어가면 폭망할까?"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다소 조정 받는 양상을 보이면서 과연 어느쪽으로 방향을 틀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산하 리서치센터가 6일 저녁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이후 기관 투자자 자금 동향' 분석 리포트를 내놓았다.
방향성에 대한 확실한 언급은 없지만, 앞으로의 시장 동향을 읽을 수 있는 단서들은 다수 보인다.
리포트는 지난 1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의 매수 물량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그럼 실제로 기관이 매수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일까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우선 "기관투자자 자금 분석 전문가인 케이틀린 댄하우저 박사에 따르면 ETF와 같은 금융 상품은 기초 자산의 가치에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파급 경로 중 하나가 바로 ETF가 기관 소유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도 상장 이후 여러 자산관리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이어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을 나타내는 4가지 지표의 지난 3개월(2023년 11월 중순부터 2024년 2월 말)간 추이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최근 기관투자자의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4가지 지표는 1) 비트코인 래퍼(Wrapper: 코빗리서치센터가 기관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 2) CME(시카코상업거래소) 비트코인 선물 시장 3) 크립토 펀드 운용 자금 규모 4) 기관투자자 지원 사업 현황 등이다.
4분기 단기성 자금 유입 지속
리포트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기대가 이어지며 4분기 단기성 자금 지표는 호조를 보였고, 지난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자, 비트코인 래퍼 자금은 2월 26일까지 총 48억 7,370만 달러가 유입되는 등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썼다.
이어 "분석 기간 선물시장에서도 콘탱고(contango, 주식 선물시장에서 지수의 선물가격이 현물시장의 주가지수를 웃도는 현상)가 유지되었고, CME의 미결제약정 비중이 30%대로 상승했으며, 비규제 거래소 대비 CME 베이시스 프리미엄이 심화되는 등 해당 기간 기관 트레이더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장기성 기관 자금은 회복 지연되었으나 개선될 여지 시사
보고서는 "3분기 크립토 펀드 운용 자금 규모가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사실은 장기성 기관투자자 자금의 회복 지연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민간 자금 조달 시장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고, 또한 장기성 기관 자금이 경기 후행적이라는 점, 특히 이번 분기 중기 및 후기 단계의 자금 조달 거래 건수 및 금액이 증가한 점, 그리고 인프라 섹터 내 L2 솔루션 투자 강세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장기성 지표도 천천히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ETF의 자금 유입 경로 확장
보고서는 특히 ETF로 들어오는 자금 유입경로가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미국 내 상장된 10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각각 1~4개의 AP가 지명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AP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설명이다.
AP(authorized participant, 공인된 참여자)는 자산운용사의 발행 및 환매를 돕는 공인된 중개자를 말하는데, 유통시장에서 ETF가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AP를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P를 출시한 유럽에서도 현물 ETP 당 5~8개씩 두고 있는데, 미국 내 1~4개의 AP로는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증시에 상장된 이후 여러 자산관리 채널을 통해 유통된다"며 "자산관리 채널을 브로커-딜러, 은행 소속 투자자문사, 독립투자자문사(RIA)로 구분했을 때 각 세그먼트에서 비트코인 ETF에 온보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RIA 채널보다 브로커-딜러 및 은행의 온보딩이 조금 더 늦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ETF가 금 ETF의 행로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2004년 출시된 금 ETF의 선례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더욱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기관 투자자 5곳 중 약 1곳 꼴로 포트폴리오에서 금을 특정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그 중 절반 가량이 “포트폴리오에 금을 할당하는 주요 수단으로 금 ETF”를 뽑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피델리티가 캐나다 ‘올인원(All-in-One)’ 자산배분 ETF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편입한 사례는 자산 구성 비율을 조절하는 일명 ‘액티브 ETF’가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 경로가 확장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 ETF 산업도 이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