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밥먹듯 하는' 당신, 정말 열심히 일하나요?...직장인 하루 평균 1.2시간 '딴짓'

경총, '주요 기업 근로자 업무몰입도 현황 조사' 발표
1일 8시간 업무 중 17%(1시간 20분) 사적 활동에 소비

임지연 승인 2024.03.13 08:54 | 최종 수정 2024.03.13 09:51 의견 0

근로자의 77.5%가 하루 8시간 가운데 1시간 이상 사적 활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제공


#1. 중견 기업의 50대 임원급 관리자인 A씨는 사내 일부 부서장들에게 불만이 많다. 바쁜 시간인데도 몇몇 부장들이 툭하면 흡연을 위해 건물 1층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3~4차례는 기본이고, 8번이 넘은 사람도 있고, 한번 갈 때마다 20~30분씩 허비하는 건 다반사이다. 30분씩으로 치면 최대 4시간(240분)을 빈둥거리는 셈이다.

한마디 하고 싶지만, 스트레스 받아서 담배 한대 피우겠다는데 불러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골초인 대표이사라는 사람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A씨는 "미국에 1년6개월간 머물 때 보니,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햄버거로 때우면서 회사일에 몰입한 뒤 일찍 퇴근해 동네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일이 자연스런 일상이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든만큼 낮시간 집중해 일을 해야 하는데도 업무 몰입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절반 이상인 54%가 근로시간에 대해 눈에 띄는 부문만 관리하거나,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제공


#2. 최근 대중 문화 관련 유명 기업에 중간관리자(팀장)로 입사한 40대의 B씨는 회사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부서 직원 대부분이 점심 때가 다 되어서 느지막하게 출근하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저녁까지 퇴근을 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야근을 밥먹듯 하는 것이었다.

B씨는 "오전 9시 정시 출근해 일을 하면 반나절이면 마칠수 있는 업무인데도, 그냥 저녁까지 미뤄두고 있다"며 "혼자만 일찍 퇴근하면 찍힐까봐 할 수 없이 늦게까지 동반야근을 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A 임원이나 B 팀장의 사례는 다소 심한 경우여서 '일반화' 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회사의 규모나 내부 인사관리시스템에 따라 상황은 제각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주요기업 사무직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 가운데 1.2시간은 흡연, 인터넷 서핑, 사적 외출 등 이른 바 '딴짓'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 기업의 77.5%가 근로자들이 하루 1시간 이상 이른바 '딴짓'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그럼에도 절반 이상(54%)의 기업은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하거나 아예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응답기업 가운데 93.9%는 자사 근로자의 ‘업무몰입도가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노동생산성((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 창출분을 측정한 것)이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기업 내 성과관리체계가 잘 되어 있으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따로 관리할 필요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21년 기준 시간당 42.9달러로, 미국(74.8달러)의 57.4%, 독일(68.3달러)의 62.8%에 불과했고, 프랑스(66.7달러), 영국(59.1달러), 일본(47.3달러)에 비해서도 낮았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주요 기업 근로자 업무몰입도 현황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사 근로자(사무직)의 업무 몰입도를 평균 82.7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의 약 17%를 업무가 아닌 사적활동에 소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조직 체계나 인사평가시스템이 잘 갖춰진, 매출 상위 100대 기업(공기업 제외, 2022년 기준) 및 경총 주요 회원사 대상 설문 조사(응답 기업 50개사)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견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사적 활동에 쓰는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응답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사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몰입도를 평균 82.7점(100점 만점)으로 평가,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줬다. 그런데 여기에서 업무 몰입도란 업무시간 동안 사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를 뜻하는 것으로, 단순히 사적활동을 안하는 시간이란 의미이지 질적 집중 정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업무몰입도의 계산은 이런식이다. 가령 업무시간 8시간 중 1시간 정도 사적활동을 한다면 몰입도가 약 87.5점(7시간/8시간×100)이 된다.

따라서 평균 82.7점이라는 결과는 근로자가 공식적인 휴게시간을 제외한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 가운데 평균적으로 17%(1시간 20분) 정도를 업무외 사적 활동에 쓴다는 의미이다.

하루 업무시간 8시간 가운데 사적 활동으로 평균 1시간 미만(87.5점 이상)을 소비하는 기업은 전체의 22.4%,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75점 이상 87.5점 미만) 65.3%, 2시간 이상(75점 미만) 12.2%로 각각 조사됐다.

응답기업 중 93.9%는 자사 근로자의 ‘업무몰입도가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답해,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몰입도가 ‘더 이상 향상될 여지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6.1%에 불과했다.

근로자의 사적활동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으로는,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하거나 거의 관리하지 않는다고 응답이 절반이 넘는 것(54.0%)으로 나타났다.

특히 ‘잦은 자리 비움 등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한다는 대답이 38.0%, ‘PC체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 26.0%였다.

‘근로자 반발 등의 이유로 거의 관리하지 않음’도 16.0%였고, ‘성과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관리 필요성 없음’도 14.0%, ‘기타(부서장 재량 등)’ 6.0% 순이었다.

회사의 인사관리 시스템에 따른 근로자 업무 몰입 차이와 관련, ‘잘 갖춰져 관리 필요성이 없는 기업’의 업무몰입도는 89.4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근로자 반발 등의 이유로 거의 관리하지 않음’으로 응답한 기업은 74.4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성과체계가 잘 구축된 기업은 업무시간에 사적활동이 평균 1시간 미만인 반면, 사적활동을 거의 관리하지 않는 기업은 평균 2시간 이상 사적활동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근로자의 인권을 배려하면서도 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사관리의 중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근로시간 장단(長短)에 대한 근로자 평가로는 응답기업 70.0%가 자사 사무직 근로자들이 현재 근로시간이 ‘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답했으며, ‘다소 많다’는 응답은 24.0%, ‘다소 적다’는 응답은 6.0%로 나타났다.

‘매우 많음’이나 ‘매우 적음’으로 응답한 기업은 없었다.

이는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자사 근로자들(사무직)의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주요 기업들조차도 근로자의 업무몰입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근로시간 효율적 활용, 업무시간 내 사적활동 자제,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 인사관리를 통한 노동 생산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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