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에서 발생한 방화기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지만 승객들의 침착한 대처와 강화된 안전 시스템이 큰 사고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객차 안에는 400명 정도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소방 대원들이 출동한 가운데 지하철 승객들이 뜀박질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31일 오전 8시 43분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을 향하던 5호선 열차 안에서 60대 남성 A씨가 인화성 액체를 바닥에 뿌린 뒤 불을 붙였다.

객차 안은 곧바로 연기로 가득 찼고, 승객 중 21명이 연기 흡입, 찰과상, 골절 등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는 열차의 4번째 칸에서 시작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별다른 말 없이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리고 옷가지를 통해 식당 가스점화기로 불을 붙였다.

직후 열차 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고 놀란 승객들은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객실 문을 수동으로 열어 신속히 대피했다.

또 열차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와 난연재로 제작돼 불길이 급속히 번지지 않고 20분 만에 진화됐다.

서울교통공사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전동차의 골격, 바닥재, 객실 의자 등을 스테인리스 등 불연성 자재로 교체했었다.

기관사도 승객의 비상전화를 받고 직접 화재 발생 칸으로 달려가 소화기로 불을 끄는 데 동참했다.

다만 영상관제 시스템의 한계는 있었다.

열차 내 보안카메라는 실시간 전송 기능이 없어 관제센터나 역무실에서는 당시 상황을 즉각 파악할 수 없었다.

공사 측은 “객실 내 영상은 용량 문제로 실시간 관제가 어렵고, 사후 확인용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