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밀려나고, 알바 뛰고"...위기의 40대

임지연 승인 2024.05.05 08:22 | 최종 수정 2024.05.05 08:52 의견 0

#1. 건축용 소재를 제작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초반의 여성 Y씨.

주중에는 회사로 출근하지만, 주말에는 집 근처 물류회사 작업장에 나가 상품 분류팀에서 알바를 뛰고 있다.

주간은 8만원, 야간은 13만원을 받지만, 야간일이 너무 힘들어 주간일만을 주로 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만 택해 근무하는데, 1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상품 분류 및 재배치 작업이 여간 고된 게 아니다.

Y씨는 “월급이 많지 않고, 나갈 돈은 많아 알바라도 뛰지 않으면 별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앱을 통해 신청하는 상품 분류 알바 자리마저 많은 지원자들로 경쟁이 치열해 순번이 제 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40대 인구 규모 및 인구증감률 추이]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 1년 전부터 배달 라이더로 투잡을 뛰고 있는 이모(45)씨.

낮에는 회사에 다니지만 새벽과 저녁, 주말에 틈나는 대로 배달일을 한다.

그는 “출·퇴근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금전적으로도 그나마 도움이 돼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국가경제의 허리역할을 위해서도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가 새로운 고용취약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장에서 조기에 밀려나가나,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여러 부업을 뛰어야 하는 N잡러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력 단절 여성은 40대가 처음으로 30대를 추월했다.

경총은 최근 10년간 40대 인구를 중심으로 고용시장을 분석한 결과, 40대는 ▲남성,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를 말함),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40대 임금근로자 및 비임금근로자 비중 추이]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이와 함께 ▲‘쉬었음’ 인구와 ▲경력단절 여성 증가 등 노동력 유휴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2023년) 전체 취업자 수가 32만 7,000명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40대 취업자는 오히려 5만4,000명 감소했다.

20대를 제외하면 유일한 취업자 수 감소 연령대로 분석됐다.

최근 10년의 추세를 살펴봐도 40대 취업자 수는 2014년 690만명에서 지난해 626만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특히 ▲남성, ▲비임금근로자,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다.

물론 40대의 취업자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의 여파로 인한 인구감소다. 40대 인구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0.8%씩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등 40대의 노동시장 참여 둔화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앞의 사례들에서 보듯, 주된 일자리 외에 추가소득을 위해 알바(부업)에 종사하는 40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총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8만4,000명 수준이던 부업인구가 2023년 9만8,000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는데, 팬데믹 이후 경영 악화, 고금리 등의 어려움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능력이 있음에도 일 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비경제활동인구>도 40대의 특징이 드러났다.

[주요 연령대별 고용률 추이] 자료:통계청 경제활사


남성의 경우 지난해 2014년과 비교해 7만3,000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15만7,000명 감소, 남성의 노동시장 이탈 규모가 여성보다 큰 것으로 분석됐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다’고 답변한 인구 수는 26만5,000명(2023년)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8만명 증가해, 한창 일할 시기인 40대의 유휴 노동력의 증가가 심화됐다.

2019년 이후 40대 퇴직자 중 비자발적 퇴직자(최근 1년 이내 ‘직장의 휴‧폐업’, ‘명예‧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 ‘사업 부진’ 등의 사유로 퇴직한 자) 비중이 40%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52.1%), 2021년(52.4%)에는 특히 높았다.

2023년 40대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59만명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30대 경력단절 여성 수(54만4,000명)를 넘어섰다.

과거보다 늦게 결혼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출산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여성 경력단절 시기 역시 40대로 지연된 결과로 추정된다.

경총 임영태 고용 & 사회정책 본부장은 “고도성장기에 취업한 과거 세대와 달리 저성장과 산업구조 전환기에 직면한 오늘날 40대 인력은 고용 안전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경제의 허리층인 40대는 가족부양과 소비, 납세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의 고용불안은 가계소득 감소, 내수 위축 등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지금까지 청년 고령자 여성 등에 집중되어 온 만큼 40대, 특히 중년 남성을 위한 맞춤형 고용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40대 인력의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논의되어야 하고, 다가오는 산업전환이 40대 고용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이들의 신산업 적응력을 높이는 세심한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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