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충돌 후 '뺑소니' 김호중 씨, 대낮부터 술자리···경찰, 구속영장 신청 검토

국과수, 혈중 EtS, EtG 농도 측정서 음주 판명 기준 0.1mg보다 60배 높아

정기홍 승인 2024.05.19 23:15 의견 0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의 ‘음주 뺑소니’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은 김 씨가 충돌사고를 낸 당일인 지난 9일 1~3차 술자리를 한 뒤 4차에 가려다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현재까지 김씨와 소속사가 조직적인 증거 인멸 움직임을 보였고 현장에서 도주한 점을 볼 때 구속 요건은 충족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호중의 경남 창원과 경북 김천 공연 포스터

김씨는 9일 오후 4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크린골프장(1차)에서 유명 래퍼를 만났고 이곳에서 술과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이후 김 씨는 조수석에 래퍼를 태우고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오후 6시 15분쯤 인근 강남구 신사동의 음식점(2차)으로 가 일행 5명과 함께 소주 7병, 맥주 3병을 주문했다.

김 씨는 이어 대리기사가 운전한 자신의 차를 타고 오후 7시 40분쯤 강남구 청담동 회원제 텐프로 유흥업소로 갔다. 유명 개그맨이 동석한 이 자리에서도 음주가 있었지만 김씨 측은 “술잔에 입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 “차(茶)만 마셨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후 김 씨는 대리기사가 모는 자신의 차를 타고 밤 11시 15분쯤 청담동 자택에 돌아왔다.

이날 7시간 동안 1~3차 술자리 끝에 귀가한 뒤였지만 김 씨는 다시 자신의 차량을 직접 몰고 다시 집을 나왔고 밤 11시 40분쯤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건너편에 정차해 있덪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김 씨의 소속사는 이날 행적과 관련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대리운전을 부른 이유를 “피곤해서”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김 씨 소속사는 김 씨가 뺑소니를 친 이유도 "공황 상태"라고 했지만 사고 이후 김 씨가 침착한 모습으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하루를 묵었던 경기 구리시 한 호텔 근처에서 캔맥주를 구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유흥업소와 자택이 모두 청담동에 있고 거리도 400m 정도로 짧아 술을 먹지 않았다는 김씨 측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김 씨가 방문한 곳의 직원들로부터 “김호중이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진술과 음주 정황이 담긴 감시카메라 화면도 확보한 상태다. 그와 동석한 래퍼·개그맨도 소환 조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경찰은 “김씨가 결국 귀가 후에 다시 4차를 하러 나가다가 뺑소니를 냈는지, 이 과정에서 음주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의 음주 운전 혐의를 직접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김 씨가 도주했고 17시간 만에 측정한 음주 측정에서 음성(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변 검사 역시 사고 20시간 뒤 했다.

국과수 검사 결과는 음주 후 체내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경찰이 김 씨의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감정한 결과, 김 씨의 소변에서 음주 판단 기준 이상의 에틸 황산염(EtS)과 에틸 글루쿠로나이드(EtG)가 검출됐다. EtS와 EtG는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에탄올)이 간을 거치며 생성되는 대사체(부산물)다.

알코올 자체는 술을 마시고 나서 약 8시간이 지나면 날숨이나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지만 EtS와 EtG는 72시간이 지나도록 몸속에 남는다.

김 씨의 몸에서 나온 EtS의 농도는 소변 1L당 6.41mg이었고, EtG 농도는 6.83mg이었다. 이는 국내외 연구에서 통용되는 음주 판명 기준인 0.1mg보다 최소 6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과수는 정상적인 호흡 검사를 피하는 지능 음주범이 늘어나자 지난 2020년 이런 분석법을 도입했다.

다만 국과수 측정치를 가지고 음주운전의 직접 근거를 삼기로는 효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게다는 김 씨가 사고 이후 경기 구리의 한 호텔로 도주,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네 캔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측이 ‘사고가 난 다음 음주를 했다’고 변명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도주치상을 비롯, 범인도피·증거인멸 교사, 위험운전치상,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특히 김 씨 등이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내가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했다”고 밝힌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 매니저는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입건됐다.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사고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은 증거인멸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의 옷을 매니저가 입고 ‘거짓 자수’를 하는 과정 등을 인지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며 “김 씨를 비롯한 소속사 일당의 죄질이 전반적으로 불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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