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구조 개편 플랜B 고심

정기홍 승인 2024.08.29 20:25 | 최종 수정 2024.08.30 12:13 의견 0

두산그룹이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 구조 개편 플랜B을 고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기업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 두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이었다.

이에 두산밥캣 주주들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의 두산밥캣 대신 적자를 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고, 합병 비율로 인해 합병 전보다 더 적은 주식을 받는다며 반발했다.

금융감독원은 합병 비율 산정 방식 보완 등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을 두 차례 요청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요구를 하겠다"고 밝히며 압박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두산그룹은 이에 따라 구조개편 플랜B를 찾기로 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는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그림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분할해 1조 원대를 확보해 호황기로 접어든 세계 원전 시장에 대처하기로 했다. 대형 원전, 소형 원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자금이다.

또 합병이 무산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구조 개편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외국 영업망을 활용하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력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현금 창출력이 큰 두산밥캣이 '손자회사'가 돼 활용안을 고심 중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회사는 모회사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손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 100%를 매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했다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할 수 있었지만 무산되면서 두산밥캣이 손자회사로 편입돼 M&A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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