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뒤엔 '제2창작' 번역의 힘도 컸다

한강 작품 낸 프랑스출판사 “언젠가 받을 거라 확신”

정기홍 승인 2024.10.11 11:14 | 최종 수정 2024.10.11 18:06 의견 0

"작품도 휼륭했지만 번역의 역할도 컸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을 받아 그의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찬사를 잇고 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120여 년간 문학상의 영역에서의 한국은 변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 오에 겐자부로(1994), 가즈오 이시구로(2017·국적은 영국) 등 3명의 수상자, 중국은 가오싱젠(2000·국적은 프랑스), 모옌(2012) 등 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반면 한국은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이 2000년대 초부터 유력 후보로 외신에 올랐지만 수상을 하지 못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마츠 말름 사무차장이 10일(현지 시각)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소설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

문단과 출판사에서는 제대로 된 영어 번역서가 드물고, 일본·중국 등에 비해 국제사회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문학상을 받을 때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원서를 영어로 번역했고, 두 사람은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다.

한국 문학 번역가인 스미스는 당시 28세로 한국어를 공부한 지 6년 만이었다.

스미스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한국 문학은 고사하고 한식을 먹어본 적도, 한국인을 만난 적도 없었지만 한국이 선진국이어서 한국 문학계가 활발할 것으로 보고 한국 문학 번역가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서양인의 문학적 취향에 맞게 잘 번역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도 해외의 유수한 상을 받는 것엔 번역의 힘은 크다고 밝혔다.

한강은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고, 2018년엔 스미스가 번역한 소설 ‘흰’으로 다시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엔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해 펴낸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의 조아킴 슈네프 편집자는 10일 언론에 “언젠가 한강이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이 경제 강국으로 국력이 커지고 K-팝, K-드라마 등으로 한국 문화가 글로벌화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K-팝'이 시발이 된 'K-문화'의 확산은 세계인들의 한국 문학 접근성을 높여 자신들의 문화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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