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62.84%의 압도적 지지로 대표가 된 지 146일 만이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버텼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며 정상적안 대표직 수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10시 30분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약 5분간 사퇴의 변을 전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이 10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며,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들과 동조하거나 그러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하는 것이고 그러면 보수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윤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주장해온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오는 우리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날 밤 저는 그런일을 막지 못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국민의 보수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로부터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들이 났다”며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저는 어떤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며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 후 국회 인근에서 “한동훈”을 연호하는 ‘위드후니’ 등 지지자들을 보자 밴에서 잠시 내린 뒤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뒤 탄핵안 2차 표결에서 이탈표가 다수 나오면서 당내에선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표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라고 맞받았다.
한 대표의 사퇴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권한도 갖는다.
■다음은 한동훈 대표 사퇴 기자회견 전문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되어 더 이상 당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시는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습니까.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합니다.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습니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에 미래가 없을 겁니다.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들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겁니다.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들이, 그리고 제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스처갔습니다.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습니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비판해 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당원 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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