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해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의대생 최모(26) 씨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살해 고의는 확정적으로 보이고, 범행 방법도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지만 검찰의 사형 구형보다 낮은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5월 온라인상에 돌았던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A 씨의 신상. A 씨는 대입수능 만점자로 서울의 명문대 의대생이란 점에서 당시 이름·출신학교·사진, SNS 계정, 가족사진도 공개됐었다. SNS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모(26) 씨의 살인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과 가깝던 젊은 여성을 너무나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은 말로 할 수 없는 끔찍한 수법과 범행 동기를 보였고 유족의 슬픔과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은 너무 가볍고 상식 범위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보면 피고인이 극도로 불안정 했고, 이 사건은 치밀한 계획보다는 극단적 행위 성격이 강하다"고 심리 상태를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A 씨의 언니 B 씨는 "동생은 제가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 위로해 주고 조언해 줬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하나뿐인 동생이었지만 사람의 탈을 쓴 추악한 괴물 때문에 지금은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최후진술에서 "죽어 마땅한 죄를 지어 꼭 사죄드리고 싶다"며 "범행 이후에도 온전히 제 책임임에도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와 가족들께 책임을 돌리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6월 13일 오후 2시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최 씨와 A 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최 씨는 2개월여 만에 A 씨를 다그쳐 A 씨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A 씨는 미국 유학을 앞둔 상황이었다.

A 씨 부모가 이를 알고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헤어지라고 반대하자 최 씨는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 측은 첫 공판에서 불안장애와 강박 등의 영향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으나 감정 결과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