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3일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구금된 사태와 관련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이번 불행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향후 20~30년 한미 동맹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강력한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심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동맹이 잘못 처리하면 한국 내 반미 정서가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 의원 뉴스레터 캡처
이 대표는 한국이 재작년 기준 215억 달러 투자를 약정하며 최대 대미 투자국이다.
이 대표는 이 기고에서 이민법 조정, 비자 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기고에서 “9월 4일 조지아에서 발생한 이민 당국의 단속은 한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정치적 수사(修辭)가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고, 미국은 자의적 단속으로 한국의 많은 호의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수동적 원조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단속으로 인해 워싱턴은 한미 동맹을 심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함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반면 중국은 강력한 한미 동맹이 가져올 위협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의심을 심으려는 기회를 포착했다”며 “국영 매체들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동맹국’이자 ‘투자하기 불안정한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이런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잘못 처리하면 한국 내 반미 정서가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사례로 2002년 주한미군이 조종하던 육군 공병 전차에 여중생 두 명이 깔려 숨진 사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을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란 한국 대중의 인식을 흔든 사건’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또 “한국 기술 전문가들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양보가 아니고 오히려 이민법을 경제·전략적 현실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호주·싱가포르에는 전문직 비자 쿼터를 할당하고 있다.
현재 미 하원에서 공화당 영 김, 민주당 톰 스워지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전쟁부터 지금까지 한미는 모든 도전을 함께 극복해왔다”며 “그러나 동맹은 공동의 이익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고, 양측이 공정한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확신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