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장 법제사법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앉혀두고 여야가 난타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국감 이석을 막은 채 1시간 28분 동안 일방적으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대선 개입’이라는 것이 주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국감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인사말 이후 이석 형태로 퇴장 수순을 밟으려 했다.
‘87년 헌법 체제’ 이후 통상 대법원장은 관례에 따라 대법원 국감 당일 출석한 뒤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석을 불허하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오전 11시 38분까지 침묵하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일방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정회 이후 조 대법원장은 이석했다.
국감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 대한 국정감사의 증인 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증인으로서 국감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은 증인 채택에 대해선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도 “우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와 응답을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그는 “대법원장님께서는 이번 국회 출석과 관련해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관례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면서 정작 지난 5월 1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수많은 사법부 내부 관례를 스스로 깨뜨린 바 있다”며 재차 이석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추 위원장의 질의응답 강행 절차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장을 감금한다”, “답변을 강요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법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도, 출석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오랜 관례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계속 가짜라고 하지만 날짜 등 사실상 대선에 개입됐던 것은 누구나,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된다라는 것도 다 안다”고 강조했다.
추 위원장은 “증인(조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를 안 했다”며 “그러면 참고인이 되는 것이다. 참고인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를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정리했다.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 증인 채택이 안 된다면 참고인으로라도 조 대법원장을 자리에 앉혀 현안 질의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참고인은 본인이 동의를 해야 된다”며 “참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참고인 진술은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조 대법원장을) 이석시켜 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법원장을 이런 식으로 감금해서 진술 압박을 하느냐”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대법원장께서 사법부의 독립의 보루로서 존중받는 것은 그 지위가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헌법상 원칙 때문이다. 이걸 어기는 것은 국회가 사법부 역할까지 대신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끝내 민주당의 일방적인 질의 시간은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채 자리를 지키면서 침묵으로 대응했다.
일방적인 질의응답 강행에 법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발언권을 얻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제처에서 위원장님과 또 말을 나눌 때 위원장께서 ‘종전의 관행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하셨다”며 “87 헌법이 성립되고 대법원장이 (국감에) 나와 일문일답을 하신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부분은 미진하지만 제가 답변하고, 부족한 부분은 또 마무리 말씀으로 대법원장이 하는 것이 이 우리가 처음 초등학교 들어갈 때 교과서에서 배운 삼권분립 또 사업부 존중 그리고 국회에 대한 존중이 실현되는 모습을 저희들도 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석 허가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 이야기할 때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할 것 같다”며 이날 국감이 끝날 무렵 다시 국감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