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일)은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입니다.
입동(立冬)과 대설(大雪) 사이에 위치하고, 이날부터 15일간 절기를 이릅니다.
첫눈은 고사하고 포근합니다. 기상청은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을 13∼17도로 예보했습니다. 평년 이맘땐 8∼15도 수준입니다. 늦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대체로 좋은 날씨입니다. 지난해에도 포근했고 2년 전엔 비가 약간 내렸네요.
11월 중순 경기 고양시 한 공원의 늦가을 정취. 단풍이 붉게 물든 가운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 전형적인 늦가을, 초겨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정기홍 기자
중국에서는 24절기를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로 5일씩 나누는데 이를 3후(三候)라고 합니다.
소설의 초후엔 비가 그치니 무지개가 걷히고, 중후에는 천기(天氣)는 오르고 지기(地氣)는 내리며, 말후에는 폐색 되어 겨울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소설 절기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워집니다. 통상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하에 머무릅니다.
이 절기에 김장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김장 땐 이웃이나 친척이 둘러앉아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배추 속에 버무립니다. 힘든 작업이지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추운 소설 절기에 보는 포근한 광경이지요.
이어 김장 과정에서 나온 무청 시래기와 배추를 엮어 처마 밑에 달고, 무도 썰어 말려 무말랭이를 만듭니다. 예전 겨울철 농촌 집의 풍경입니다. 시래기는 요즘 최고의 식재료로 인기를 구가하지요.
김장철을 앞둔 경남 진주시의 한 텃밭 모습. 무가 튼실하게 자라 있다. 사이렌스 DB
요즘엔 보기 힘들지만 목화를 따서 솜을 만드는 때이기도 합니다.
속담으로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라진 말이지만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는 뜻입니다. 해충이 얼어죽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설 무렵에 부는 차고 센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며, 뱃사람들은 바람이 세차 배를 잘 띄우려 하지 않습니다.
'손돌바람'과 '손돌추위' 전설이 있는데, 손돌(孫乭)이란 뱃사공이 임금의 피난, 즉 몽진(蒙塵·임금의 피난)길에 서둘러 피신시키려고 물살이 센 곳으로 배를 몰다 임금의 노여움을 사 참수를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손돌은 임금을 노여움을 사자 빨리 피신시키려고 했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손돌은 참수 전에 바가지를 하나 내놓으며 "바가지를 물에 띄워 바가지가 가는 길로 뱃길을 잡으라"며 마지막 충성심을 보였습니다.
임금 일행은 손돌이 가르쳐 준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고 배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
임금은 별 탈 없이 뭍에 내린 뒤에야 손돌의 재주와 충심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손돌을 죽인 것을 후회했지만 손돌의 목숨을 되돌릴 수 없었지요.
이후 임금은 손돌의 장지(葬地)를 정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었다고 합니다.
이때가 음력 10월 20일이었는데 소설 절기엔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