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에 씨티 등 4대 은행 시총 68조원 증발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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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23:13 | 최종 수정 2023.03.1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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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에 투자한 대형 스타트업 전문 은행이 자금난에 빠져 파산하면서 그 충격파가 미국 은행권은 물론 주요 국의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여파로 10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떨어졌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포인트(1%) 하락한 2394.59를 기록했다. 홍콩(-3%)이 가장 많이 떨어졌고 이어 일본(-1.7%), 대만(-1.6%), 중국(-1.4%)도 하락했다.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매체는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지역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210억달러(약 28조원)어치 채권을 18억달러(약 2조3800억원) 손실을 보고 팔았다고 보도했다.
SVB는 주로 스타트업(창업초기 기업)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IT 기업에 대출 등 자금 지원을 해왔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예금이 줄면서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현금화가 쉬운 채권을 매각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진다.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어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만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염려가 있을 때 현금 확보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고객인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자금이 줄면서 SVB의 올해 1분기 평균 예금 규모는 1690억달러에 그쳤다. 지난 1월 전망한 수준(약 1750억달러)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날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하루 새 60% 넘게 폭락했고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그룹 등 미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은 총 520억달러(약 68조6000억원) 증발했다.
한편 SVB는 2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증자)을 추진하고 벤처캐피털인 제너럴애틀랜틱(GA)으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 받아 위기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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