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날 좀 보소"···눈 시린 봄꽃의 향연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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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05:10 | 최종 수정 2023.04.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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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봄꽃~" "저기도 봄꽃~"
어떤 걸 먼저 봐야할지 모를 정도로, 저마다 망울을 터뜨려 말 그대로 만화방창입니다. 기온이 쑥 오르자 봄꽃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제 속살을 터뜨립니다.
산수유가 연노란색을 슬쩍 갖다놓더니 그 이틑날엔 매화가 피고, 앵두꽃이 뒤질새라 새단장을 한다고 총총걸음입니다. 벚꽃은 얼굴을 화사하게 드러냈습니다. 뽐냄은 왕벚꽃이 더합니다.
3월 30일~4월 1일의 봄날 스케치입니다.
지독히 봄을 타는 음미론자들의 애간장은 이미 시리도록 타고 있을 듯합니다.
여러 봄꽃은 하루 이틀씩 차례로 피는 게 상례인데 올해는 다릅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지에 '지랄탄'처럼 꽃잎을 쏟아내더니 온 동네에 '꽃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올해는 아무래도 한꺼번에 이별을 해야 할 듯합니다. 오면서 갈 때를 생각케 하는 봄꽃의 생리에 익숙한 염세적인 분에겐 애석한 슬픔이 될 듯합니다. 지겨워지도록 즐기는 겁니다. 실컷 보아야 그나마 아쉬움이 치유되겠지요.
봄꽃은 '찰나의 꽃'입니다. 한 순간 기척과 헤어짐이 혼존하는 꽃입니다.
이래서 형용하기 어려우리만큼 시리게 자태를 뽐내는 듯합니다. 하지만 꽃 자태에 겨운 상춘의 마음 한켠은 이미 허전함이 자리합니다. 목련이 뚝 뚝 떨어집니다.
봄꽃은 창문 너머로 보면 우울해지지만, 나가 즐기면 이만한 게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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