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식료품 훔친 소식 알려지자 서울서 부산까지 달려와 금액 담긴 카드 놓고 가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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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19:59 | 최종 수정 2023.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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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참전용사가 경제적 어려움에 식료품을 훔쳤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까지 모두 25명이 후원 의사를 밝혔다. 이 말고도 2건의 기부품 등 후원이 들어왔는데, 이는 참전용사 A 씨에게 모두 전달됐다. 경찰은 후원 의사를 준 이들은 보훈청으로 연결해 줬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한 달여간 부산 금정구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통조림 등 8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범행을 벌였다. 미역국을 끓일 때 쓸 참기름이 필요했고, 젓갈 등 반찬이 필요했다고 한다.
경찰에는 “계산할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A씨에게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즉결심판에 넘길 예정이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을 약식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이들 중 지난 23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편지와 기부금을 전달한 B 씨의 사연이 이목을 끌고 있다.
B 씨는 직접 쓴 손편지를 통해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보고 이렇게 급히 부산진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늘 고생하시는 경찰분들께 폐가 되지는 않을 까 걱정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B씨는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 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거기에 그분이 1950년 6월 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시작으로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된 참전용사분께 작은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한다”며 소정의 금액이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경찰은 B 씨의 편지와 카드를 모두 A 씨에게 전달했다.
부산지방보훈청은 A 씨에 대한 지원 방법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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