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곡물 파동?'··· 러시아 "흑해 곡물협정 이행 끝났다. 러 농산물 수출 허용 하면 연장"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17 22:56 | 최종 수정 2023.07.17 22:58
의견
0
러시아가 17일(현지 시각)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 이행을 이날 자로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다시 국제 곡물가가 출렁일 우려가 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늘 자로 흑해 곡물 협정은 사실상 효력이 없어졌다. 이 협정에서 러시아가 관련된 부분(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허용)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봉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중동·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선 식량난이 초래됐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기준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2%, 밀 수출량의 9%를 차지하는 농업 대국이다.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비난과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이 협정을 하고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곡물, 비료도 함께 수출키로 했다.
러시아는 이후 한 번에 2~4개월씩 총 4차례 이 협정을 연장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재개가 서방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 탈퇴를 위협해 왔다.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 자금 거래가 막혔기 때문이다.
식량을 볼모로 잡은 러시아의 이 같은 위협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은 러시아 농업 은행 자회사를 통한 곡물·비료 수출 대금 결제를 터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이행 중단이 아닌 파기를 선언하면 지난해와 같은 국제 곡물가 급등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요구한 내용이 실행되면 협정 연장과 그 이행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년간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보리 등의 물량은 총 3280만t으로 하루 9만 4000만t에 이른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