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펫네임(브랜드 앞뒤에 붙인 특화 명칭)이나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현재 아파트명을 짓는 방식은 ‘지역명+건설사명+브랜드명+펫네임’ 등 4개 요소를 넣어 짓는데, 특히 펫네임이 들어가면서 이름이 길어지면서 복잡하고 부르기도 어렵다. 아파트명이 무려 25자인 곳도 있어 시골 부모가 자식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갈 수 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21일 ‘공동주택 명칭 개선안 마련 시민 토론회’를 열고 가이드라인 5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앞서 시는 지난 1년간 3차례 토론회를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5개 가이드라인은 ▲어려운 외국어 자제, 아름답고 부르기 편한 한글 사용 ▲지역 유래와 옛 지명 활용, 법정동·행정동 준수 ▲펫네임 자제 ▲최대 10자 내외 준수 ▲명칭 제정 시 공모, 선호도 조사 등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형 건설사 9곳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참석해 이 가이드라인 동참 선언문에 서명했다. 동참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등이다.
건설사들은 앞으로 아파트 브랜드 앞뒤에 파크, 리버, 퍼스트, 에듀 등 생소한 외국어인 펫네임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인근 지역명을 가져다 쓰지 않고, 행정구역명을 정확히 표기하기로 했다. 예컨대 강남과 목동, 마곡 등 주요 랜드마크 지역에서는 인근 신축 아파트가 이들 지역명 도용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지역명의 경우 행정동에만 국한하지 말고 청계천 등 인근의 명소를 연상할 수 있는 이름은 붙일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전남 나주에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로 25자다. 서울에서 제일 긴 아파트 이름은 구로구에 있는 ‘항동중흥에스클래스베르데카운티’ 15자다.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아파트 이름에 ‘펫네임’이 붙기 시작하면서 길어지고, 어려워졌다는데 공감했다. 이런 유행 탓에 1990년대 4글자 정도였던 아파트 이름이 2019년엔 거의 10글자로 두 배 넘게 길어졌다.
신민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은 “지명을 왜곡하는 것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자기 동네도 아닌데 옆 동네 이름 사용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며 “이 가이드라인을 다 준수하긴 어렵겠지만 취지에 공감하면 충분히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에 각 자치구와 건설사에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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