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씨, 출판 기자간담회서 “자식에게 성공과 부 말고 재능과 개성 뒷바리지 해라”
정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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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18:37 | 최종 수정 2024.06.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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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열린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출판사 난다 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책은 출판사 난다 대표인 김민정 시인이 손 감독의 독서노트를 보고 나눈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냈다.
에세이집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를 낸 이후 3년만이다.
손 감독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TV도 잘 보지 않고 휴대전화도 통화 기능 말고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책 한 권을 숙지하기 위해 2~3번 읽으면서 독서노트에 요점들을 기록한다”며 “악서(惡書)를 제외하고는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스스로 ‘국졸(국민학교 졸업)’이라고 말한다. 중학생 때부터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틀에 넣으려는 학교 공부가 싫어 지식 대신 책을 통해 세상 사는 지혜를 길렀다”고 했다.
손 감독은 연간 200~300권 정도를 읽는다고 했다.
그는 “편안하게 좋은 것 다하면서,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시간만 낸다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아들에게는 독서를 따로 권하지는 않는다.
손 감독은 “최고의 노후 준비는 다 큰 자식에게 잔소리를 안하는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나는 큰 아들 부부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다 큰 자식의 삶은 부모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잠을 자는 손흥민 머리 맡에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 놓은 책을 넣어줄 때는 있었다고 했다.
지금껏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은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라고 했다. 손 감독은 “대목 하나하나가 전부 감동”이라고 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배움이라는 건 멈추면 안 되고,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고 살아야 하고, 열정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돈이 좋고 필요한 건 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돈을 첫째 자리에 둔 적은 없다"고 했다.
손 감독은 "요즘 부모들이 성공이나 부(富) 쪽으로 아이들을 유도하는 경향이 많다. 그보다 아이들의 재능과 개성을 찾아내고 살려내는 뒷바라지"를 강조했다.
두 아들의 성장기에 학교를 빠지면서도 여행 경험을 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거 직무유기라고 본다"며 "습관적인 잘못을 고치는 것을 비롯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또 "불편해지는 것이 곧 노력"이라고 했다.
그는 책 속에서 "불편함이 계속 된다는 건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습관은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된다"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은 월드클래스인가'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세계 최고 무대인 잉글랜드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아들의 자만심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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