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동탄경찰 수사팀 파면 서명운동 합니다"···20대 청년의 성범죄 누명 벗은 사연 일파만파

신고했던 여성 허위 자백 실토
누명 벗은 20대, 경찰 강압적 조사
"경찰 발언 녹음 안 했다면 저는 빨간줄"

정기홍 승인 2024.07.01 04:40 | 최종 수정 2024.07.01 15:18 의견 0

"동탄경찰서 수사팀 파면 요구 서명합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옆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렸던 20대 남성이 신고한 50대 여성이 허위였다고 자백하면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자, 한 변호사가 강압 조사를 한 수사관을 파면해야 한다며 서명에 나섰다.

20대 남성 A 씨는 지난 29일 자신의 유튜브 ‘억울한 남자’에 성범죄자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던 상황을 담은 2분 37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A 씨는 영상에 경찰로부터 받은 무혐의 통지 문자도 공개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경기 화성시 동탄경찰서와 수사팀 파면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명을 주도하는 윤용진 변호사는 지난 28일 포털 설문 플랫폼을 통해 '동탄 경찰서장과 여성·청소년 수사팀장 파면 요구 서명운동'을 게시했다. 그는 “동탄경찰서 조사관들은 이치에 맞지 않는 여성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해 20대 초반의 남성을 성범죄 범인으로 단정하는 부적절한 처사를 했다”며 “여성의 허위신고 자인으로 남성은 누명을 벗었으나 이 명백한 부당 처사에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어 “성범죄의 수사와 처벌에 관한 사법 시스템의 심각한 오작동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남성들은 언제든지 성범죄자로 취급받을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동탄서장과 수사팀장에게 파면을 요구한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상황이 일어났는지 사건 속을 따라가 본다.

내용은 피해를 당한 20대 청년이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올린 것과 경찰이 무혐의 통보를 한 내용을 같이 묶었다.

유튜브 억울한 남자

20대 남성 A 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남자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허위 신고로 성범죄 누명을 썼다.

A 씨는 29일 유튜브 ‘억울한 남자’를 통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없고, 심장이 억죄이면서 숨도 막혀와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정신과 진료를 받고 집에 오자마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해방된 기분이다”면서도 “경찰로부터 직접적인 사과는 아직 받지 못했다”며 경찰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경찰이 보낸 문자 내용은 “우선 문자 통지 드리고, 사건 종결 후에는 주소지로 우편 통지 예정입니다. 귀하의 사건은 허위 신고임이 확인돼 불입건 종결(혐의 없음)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였다.

앞서 A 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10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옆 관리사무소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B 씨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봤다는 혐의(강제추행)로 입건됐다.

하지만 A 씨는 남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나와 헬스장으로 갔고, 이곳 화장실을 여러 차례 이용해 왔고, 남녀가 구분돼 남녀 화장실을 착각할 수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출동한 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현장에 출동해 관리사무소 건물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A 씨에게 찾아가 A 씨의 혐의를 단정한 듯한 태도로 조사를 했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당시 경찰관들은 “방범카메라 확인해 보니까 본인이 확인됐어”, “내용 다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그럼 뭐 그런 적 없어요?” 등 단정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A 씨는 사건 접수 여부 및 수사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같은 날 오후 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방문했다. 하지만 근무 경찰관은 A 씨에게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천만다행으로 A 씨는 자신이 겪은 상황 전반을 녹음했고 이를 자신의 유튜브에 올렸다.

무엇보다 A 씨를 현장 조사한 경찰의 말과 달리 건물 화장실 입구를 비추는 CCTV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건 당일 건물 출구를 비추는 CCTV에 B 씨가 먼저 건물로 입장하고 2분 뒤 A 씨가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B 씨는 들어간 지 3분여 뒤에 먼저 나왔다.

이 사연은 급속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고 네티즌은 "경찰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겼다", "현장 경찰들의 저런 강압 경우가 적지 않다"는 비판 글이 쇄도했다.

이런 가운데 A 씨를 신고한 B 씨가 지난 27일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고 자백했다. B 씨는 지난 27일 오후 동탄경찰서를 찾아 “허위신고를 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다량을 복용할 경우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피해자 진술을 평가했고, 프로파일러들은 B 씨의 신고에 대해 “실제 없었던 일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신고는 정신과 등 증상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경찰은 다음 날 A 씨의 입건을 취소했다.

A 씨는 “사건이 커지고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서 급하게 대충 마무리짓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며 “사실 저는 혐의없음 문자만 달랑 받고 아무런 사과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분명 수사에 잘못된 점 있었으면 사과하겠다고 공문 올라온 걸로 아는데 별말이 없다”고 했다.

A 씨는 또 이 영상에 직접 댓글로 “솔직히 제가 경찰이 찾아오자마자 녹음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나”라며 “좋은 분들도 만나지 못하고 여전히 강제추행 죄로 입건된 줄도 모른 채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강압적이고 범인으로 확정짓는 듯한 그분들의 압박에 빨간줄 찍찍 그어지지 않겠나”라고 썼다.

A 씨는 “실제로 제 메일로 저와 비슷한 상황에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분들도 사연 많이 보내주고 계신다”며 “안타깝게도 저는 온갖 난리를 치고 나서야 겨우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힘없는 20대 청년”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에 “그 여자 무고죄로 고소 꼭 하시라”, “해당 경찰은 파면시키고 무고 가해자는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편 경찰은 A 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찰관들에 대해 내부 감찰을 진행, 상응하는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