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코로나19 지원금···태양광 사업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3조 원 샜다

정기홍 승인 2024.07.25 12:53 | 최종 수정 2024.07.25 13:04 의견 0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2022년 7차례에 걸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체에 지급한 재난지원금, 손실보상금 61조 4000억 원 가운데 최소 3조 2323억 원(5.3%)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태양광 사업자에게도, 심지어 보이스피싱 조직에도 지급됐다.

감사원은 25일 코로나19 사태 피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했던 '소상공인 등 지원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2020년 7월~2022년 9월 11차례에 걸쳐 소상공인, 중소기업 586만여 곳에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으로 61조 4000억원을 지급했다.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저리 정책자금 대출 프로그램도 운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은 6차례(30조 3000억 원), 손실보상금은 2차례(4조 4000억 원)가 지급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난지원금 한 차례(22조 6000억 원)와 손실보상금3, 4차례(4조 1000억원)를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최소 3조 2323억 원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보다 많이 지급됐거나 아예 지원금을 받아서는 안 되는 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은 업체는 62만 3042곳에 달했다.

현금 지원 과정에서 제도 설계를 허술하게 했고, 사후 검증에서 누락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재난지원금의 취지와 다른 지출 3조 1200억 원, 지원 요건 미충족 1102억 원, 부정수급 21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36만 6764곳은 코로나19로 본 피해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아갔다. 이들이 더 받은 돈은 무려 2조 6847억 원이었다. 8만 6217곳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봤다는 점이 증빙되지 않았는데도 3007억 원을 받았다. 또 1만 5574곳은 코로나로19 인한 피해가 없는 업종인데도 1205억 원을 받아갔다.

코로나19와 무관한 태양광 사업자들도 수천억 원을 타갔고, 보이스피싱 범죄 유령법인도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이미 한국전력 등과 20년치 전력 판매 계약을 했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있을 수 없는 업종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자들이 받은 재난지원금은 중기부의 설계 잘못이어서 돌려받을 수 없다.

감사원은 "짧은 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풀리다 보니 소상공인의 피해 여부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A 생맥주 전문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매출액 1원, 2020년·2021년은 0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185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광주광역시 택시기사 B씨는 면허를 양도했음에도 7개월간 1200만 원을 받았고, 코로나19 이전에 결정된 전력 판매 가격으로 계약해 코로나19와 상관없는 태양광 사업자 1만 5574곳에도 1205억 원의 재난지원금이 뿌려졌다.

창원의 C 태양광발전소는 코로나19 기간 매출 감소액이 27만 원에 불과했지만 재난지원금은 50배인 1340만 원을 타갔다.

지원 요건을 충족허지 않은 사례로는 방역 조치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재난지원금(121억)이 지급되거나, 폐업과 매출액이 0원인 사업자도 지원금(546억 원)을 받고, 다른 부처의 지원금 받아 중복 수령이 불가한 이들에게도 돈이 지급된 사례(300억 원)도 적발됐다.

특히 매출 감소가 1원이라도 있었던 업체에는 피해업체로 분류해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매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많고 하반기에는 매출이 적은 업체도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지원금을 받았다. 즉, 코로나19 기간 사실상 아무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도 2000만 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은 업체들이 속출했다.

방역조치 위반 사업자 중엔 방역조치 확인서를 그림판으로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걸러내지 못했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유통 등 범죄에 활용돼 법인 매출액이 0원이거나 법원의 해산 명령을 받은 21개의 유령법인이 약 80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부실 운영의 배경으로 주먹구구식인 관리 실태를 짚었다.

임용 2년 차 사무관 한 명이 전국 지자체의 방역조치 위반 사업자 명단을 수집해 지원금 지급 여부를 관리한 게 대표적이었다. 인력 부족과 인수·인계 누락, 검증 소홀 등 실무자 실수로 수억~수십억 원의 지원금이 과다 지급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감사원은 코로나19가 전례 없는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었던 점을 고려해 실무자들의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중기부장관에게 재난지원금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코로나19 당시 감사원장 서한으로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수행의 경우 개인적 비리가 없는 한 문책하지 않겠다는 밝혔었다.

또 취지와 다른 지출 3조 1200억 원의 경우 정부 제도 설계의 문제로 환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범죄 혐의가 있는 부정수급액(21억 원)에 한해 우선 고발하고 재난지원금을 환수토록 했다. 지원 요건 미충족으로 분류된 1102억 원은 중기부에 환수 가능 여부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총 7차례)을 위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5차례 편성했다. 이 가운데 4차례는 정부의 비상금(예비비)이나 초과 세수를 활용해 지급했지만 3차례는 빚을 내서 지급했다.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전년도인 2019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723조 2000억 원이었고, 7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해인 2022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7조 4000억 원으로, 3년 새 344조 2000억 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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