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최고 54층의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짓기로 최종 결정하고 서울시에 개발 변경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최고 105층 랜드마크 타워 건립을 발표했었다. 이어 2020년 착공했고 지금까지 터 파기 작업만 해왔다.

서울시는 21일 현대차가 이 같은 내용의 GBC 부지 개발 계획 변경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 GBC의 조감도. 서울시

서울시는 그동안 건물 층수를 낮추는데 부정적이었지만 경기 침체 상황 등을 고려해 사업을 허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GBC로 불리는 이 사업은 현대차가 2014년 삼성동 옛 한전 부지(7만9342㎡)를 10조 5500억 원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2016년 서울시와 협상을 거쳐 105층(561m) 랜드마크 타워를 짓는 신사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현대차는 105층에 전망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용도지역을 바꿔 용적률을 250%에서 800%로 높여줬다. 현대차가 내야 할 공공 기여금도 약 2000억원 줄여 1조 7491억원으로 정했다.

이에 공사는 서울시 건축 심의 등 절차를 거쳐 2020년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2월 105층을 포기하고 55층(242m) 2동을 짓겠다는 설계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공사비 등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05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겠다고 해서 용적률을 높여주고 공공 기여 부담도 줄여줬는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현대차는 “건물 높이와 디자인만 바꿔 재협상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현대차가 변경안을 철회하고 설계안을 다시 만들어 서울시에 제출했다.

새 설계안에는 54층(242m) 빌딩 3동과 9~10층 빌딩 2동을 짓는 내용이다. 높이는 인근 코엑스(229m)와 비슷하다.

54층 동에는 현대차 본사와 호텔, 전망대, 상가 등이 들어선다. 저층 동에는 공연장과 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 중앙에는 녹지를 조성한다.

서울시는 GBC 단지 서쪽의 영동대로(봉은사역~삼성역)를 지하화한 뒤 지상의 단지와 연결하기로 했다.

설계안은 첨단 기술과 친환경을 가미한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만들었다.

그는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GBC 설계안에도 신재생 에너지를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계획 등을 담았다.

현대차가 부담할 공공 기여금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설계안이 바뀌었고 땅값도 올라 당초 1조 7491억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BC 부지의 공시지가는 최근 10년새 4배 이상 뛰었다.

GBC 사업은 근처에서 진행 중인 영동대로 복합 개발 사업,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 단지 사업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