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에서 최종 2인에 들지 못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 전 시장은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 2차 경선(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에서 안 후보와 함께 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홍 전 시장의 파란만장한 30년 정치 인생도 막을 내렸다.
홍 전 시장은 29일 오후 2차 대선 경선 결과가 나온 뒤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소시민으로 돌아가 시장에서, 거리에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일개 시민으로 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에서 탈락한 뒤 소회를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TV
그는 "오늘 조기졸업했다"며 "이제 갈등의 현장에서 벗어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90도 인사한 뒤 퇴장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대구시장직을 내려놓고 출마 배수진을 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좀 편하게 살도록 하겠다"며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또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여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30여년 전 검찰 대선배들의 비리를 수사했다는 것을 이유로 검찰 조직의 왕따가 돼 2년간 이지매(집단 괴롭힘) 당하다가 사표 낼 때 아내는 무척 서럽게 울었다"고 떠올렸다.
홍 전 시장은 검사(사법연수원 14기)가 된 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스타 검사로 급부상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계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6년 2월 입문, 그해 4월 11일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구 갑 신한국당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이어 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고, 21대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 경남도지사를 역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YS의 강권으로 보수정당에 들어와 국회의원 5선, 광역단체장 3선을 했지만, 계파 없는 나는 언제나 보수정당의 아웃사이더였다"고 소회를 말했다.
이어 "3년 전 대선후보 경선 때 정치 신인인 윤석열 후보에게 27년 몸 바쳐온 이 당에서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그때 탈당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오늘 경선 결과를 보고 더 정치를 계속하다가는 '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이 당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내도 고생했고 두 아들도 그동안 마음고생 참 많이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4월 29일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안내문. 국민의힘TV
홍 전 시장은 "검사 사직 때와 달리 이번 탈당과 정계 은퇴는 아내와 두 아들이 모두 흔쾌히 받아줬다"며 "더 이상 갈등으로 지새우는 정치판은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이제 정치판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서 세상을 관조하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후배들이 잘해주리라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