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서 나중에 집 사라"던 국토교통부 1차관이 정작 자신은 '갭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나 민심이 들끓자 결국 사표를 냈다.

하지만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대통령실과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대출과 전세 끼고 서울 강남 등에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성난 부동산 민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4일 사퇴를 밝힌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경우를 보자. 그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 투자’로 수 십억 아파트를 샀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23일 유튜브 채널 통해 최근 부동산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국토부 유튜브 캡처

그가 해명한 바에 따르면 그의 아내 한 모 씨는 지난해 7월 이번 부동산 대책의 규제 지역인 경기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를 33억 5000만 원에 샀다.

그런데 한 씨는 잔금을 치르기 전인 지난해 10월 5일 14억 8000만 원에 2년 전세 계약을 해 '갭투자'로 집을 샀다.

최근 이 단지 이 아파트와 같은 평수는 40억 원에 거래돼 구입 1년 만에 6억 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본 셈이 됐다.

이 차관은 원래 보유하던 성남시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84㎡)을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7일 처분했지만 이곳에 전세로 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 시점과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전세로 살고 있고 2027년 1월 백현동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짜맞추기 말이란 비난을 더 사고 있다.

특히 기자 회견이 아니라 유튜브에 나와 2분짜리 사과를 한 데다 '갭투자'를 아내 탓으로 돌려 비난이 거셌다. 네티즌들은 "저게 사과냐"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성남에 있는 가천대 교수 출신인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고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도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인연을 쌓아왔고 공공 주택 공급을 주장해 왔다.

그는 최근 한 유튜브에 나와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고 말해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질렀다. '앞 다르고 뒤 다른' 이중적 전형을 보였다.

다음으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보자.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146㎡)를 보유하고 있다.

김 실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에 선임이코노미스트로 부임하기 직전인 2000년 부부 공동명의로 극동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4억 원대에 구입했다. 금지된 '재건축 입주권'을 사들였다. 이후 실거주를 한 사실이 없다.

극동아파트는 서초래미안 아파트로 재건축됐고 현재 이 아파트의 같은 평수는 30억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김 실장은 "완공 시 국제기구 근무로 실거주가 불가능해 월세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정책을 담당하는 그는 사퇴 발표를 한 이 차관 등과 함께 이번 '10·15 부동산 대책'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경우다.

둘 다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수십억 원대 시세 차익을 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018년까지 대출을 끼고 최대 4주택을 보유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에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이 중 3채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만 45억 원에 이른다.

그는 2013년 아내가 약 9억 원에 경매로 낙찰받은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 한 채만 남겼는데 이 아파트는 개포 대장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하지만 구 부총리도 대통령실 김 정책실장과 마찬가지로 재건축 전 이 아파트에 한 번도 살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45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는 장관 청문회 때 "자산 증식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대출과 전세를 끼는 방식으로 같은 아파트를 샀다.

2013년 스위스 주제네바 대표부 재경관으로 가기 직전 재건축을 앞두고 있던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를 8억 5000만 원에 샀다.

전세를 끼고 또 대출(3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당시엔 실거주는 하지 않지만 최근 재건축이 끝나 입주했다. 이 아파트는 40억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초구 우면동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155㎡대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이 대통령 사건 변호인을 맡았었다.

그는 투기란 비난이 거세자 한 채는 팔겠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20억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 원장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재산 자료 요청에 이 아파트 두 채와 함께 서울 성동구 금호동 상가(112.05㎡)와 중구 상가(33.89㎡)를 추가 공개했다. 정상 투자를 넘어 투기성 투자를 한 것이다.

금감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이 아니라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산을 처음 공개했다.

이 원장은 보유 재산 규모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는 없는데 300억에서 400억 사이일 것 같다”며 “취임 이후 주식은 모두 처분했고 해외 주식만 조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만들어 23일 공개한 '부동산 을사오적' 이미지. 주 의원실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이들의 투기성 행태 분개하는 국민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경우다. 정치권에선 “집 없는 서민들의 상처에 염장 지르고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그는 23일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이 일자 "15억 원 정도는 서민 아파트"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전국 평균치 그리고 15억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 아파트라는 인식들이 있다"며 "15억 아파트,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복 의원은 “그(15억 원) 이상이 되는 주택은 이제 주거 사다리라기보다 조금 더 부를 더 넓히고 축적하는 욕망의 과정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다수 청년과 서민에게는 대출 없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며 “서민 기준을 15억 원으로 두니 망국적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집을 못 산 나는 민주당 기준에서 불가촉천민 정도 되나”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 의원은 국감 도중 신상 발언을 통해 "급하게 단어를 선택해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다소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했다.

김재섭 의원은 “국민 대출은 조이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레버리지로 부동산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에게는 ‘대출은 투기’라고 훈계하면서 본인들은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시세 차익을 내는것은 노골적인 위선이자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