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7일 장중 1480원을 넘어섰다가 종가(오후 3시 30분)는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됐다.
상승 폭이 다소 낮아졌지만 정부의 잇단 환율 안정 대책을 비웃는듯한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주간거래)보다 2.5원 내린 1474.5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장중 상승으로 전환돼 오전 11시 8분 1482.3원까지 뛰었다.
환율이 1480원을 넘긴 건 지난 4월 9일(1487.6원, 장중 고가 기준) 이후 처음이다. 4월 당시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인상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영향을 받았다.
17일 환율 상승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영향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45억 6000만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매도하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수요가 늘어 환율이 오른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른바 ‘서학개미(한국의 해외 주식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 규모는 환율 상승 부담으로 크게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12일 한국 투자자들이 결제한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2억2828만 달러로 한 주 전보다 77.4% 감소했다.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 대책은 큰 힘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15일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 650억 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교환) 계약을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자금 운용 시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지 않고 한은에서 달러와 원화를 교환할 수 있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또 16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 기업 간담회를 갖고 환 헤지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