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장 일단 진정세···한은도 금리 동결로 선회?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3 20:26 | 최종 수정 2023.03.14 14:10 의견 0

스타트업 지원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SVB 파산의 주요 원인이 지난해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연준이 이 달 예상됐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거두고 0.25%포인트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 연준은 오늘 21~2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SVB의 파산으로 0.25%포인트 인상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제로 수준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최근 4.75%까지 올렸다.

앞서 1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우려와 지급 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고, 이어 12일에는 뉴욕주 금융당국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술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총 자산은 2090억 달러로 미국 은행의 16위 규모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한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그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VB의 파산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돼 온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연준의 이 같은 금리인상으로 자금 경색이 심화되자 스타트업들이 SVB에 맡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번졌다. 스마트폰 시대에 폰을 이용한 인출 사태는 삽시간에 전염됐다.

SVB는 총 자산의 57%(지난해 말 기준)를 미 국채와 기관채 등으로 구성했다. 이는 미국의 74개 주요 은행 중 가장 높고, 74개 은행의 평균인 47%를 크게 상회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SVB는 고객에게 내 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억 달러의 보유 국채 등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저금리 때는 국공채 수익률이 높지만 고금리에서는 가치가 급락한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보유 국채와 기관채 매입을 늘렸고, 지난해부터 코로나 극복으로 금리인상을 급격하게 하면서 장기 금리 상승폭이 커져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이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22억 5000만 달러의 증자와 5억 달러 투자 유치를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이처럼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선물 시장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고, 금융시장의 미 연준 최종금리 수준도 5.75%에서 5.5% 이하로 내려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VB 사태로 인해 5월, 6월, 7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금리가 연 3.25~5.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만 14일(현지 시각)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지수에 따라 시장 전망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2월 CPI가 전월보다 0.5%, 전년동월보다 6.1%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이 예상처럼 금리인상 폭을 좁히면 한국은행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과 채권 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23원 가량 내리면서 장중 1300.0원까지 하락했고, 채권 금리도 국채 3년물 기준으로 전거래일 대비 0.242%포인트 하락한 3.457%까지 내려가는 등 기준금리(3.5%)를 하회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금리가 본질이기 때문에 미 연준이 긴축 태도를 강화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간과하지 못하겠지만 은행의 금융 불안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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