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연구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스스로 추론 하는 '범용 AI' 현실화
일각에선 "논문 형식 취한 기업 광고"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17 16:58 | 최종 수정 2023.05.18 18:03 의견 0

미국의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쏘아올린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가 글로벌 첨단 업계에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이젠 AI가 인간처럼 추론 능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에 튼 투자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과학자들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155쪽 분량의 실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이들은 AI에게 계란 9개와 노트북컴퓨터, 책, 유리병, 못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리는 과제를 줬다. 이 과제는 인간이 사는 물리세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력이 없으면 풀기 힘든 내용으로, AI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확인했다.

AI는 상당히 독창적인 해법을 내놨다.

AI는 먼저 "책을 바닥에 깔아 놓은 후 그 위에 계란 9개를 가로세로 3줄씩 늘어세우고, 다시 노트북을 올려라"고 했다. 이어 "계란 위에 노트북을 올릴 때 껍질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트북이 가장 밑에 놓인 책과 나란한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이렇게 하면 "노트북의 평평한 표면이 유리병과 못을 올려놓을 안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AI가 내놓은 답은 인간에 버금가는 추론을 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MS 연구팀을 이끈 피터 리 박사는 AI가 보여준 직관력과 관련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이후엔 겁도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능력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생각한 끝에 AI가 AGI(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경지에 접근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AGI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 스스로 추론하고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AI 전문가들이 궁극적으로 기술적인 목표로 내세우는 경지다. AGI이 구현되면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

AI 기술이 AGI 단계에 접근했다는 주장을 한 곳은 MS가 처음이다.

지난해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자사의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에 지각능력이 있다고 주장을 했다. 이 엔지니어는 당시 람다가 '작동 정지'를 인간의 죽음처럼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생성형, 즉 대화형 AI가 '일정한 법칙'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지각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엔지니어는 구글을 떠났다.

하지만 MS 과학자들의 이 주장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챗GPT의 최신 버전인 'GPT-4'도 아직 물리적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다.

마튼 샙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MS의 이 논문에 대해 "논문 형식을 취한 기업 광고"라고 꼬집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AI 연구팀에 참가하는 심리학 전문가 앨리슨 갑닉 교수도 "사람들이 복잡한 시스템이나 기계를 접할 때 이를 의인화 하고 인격을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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