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광고기획사 대표 A씨는 최근 40여명의 직원 가운데 10명을 줄였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지난 3개월 가량 챗GPT를 활용해 보니, 인력을 그대로 고용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사람은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챗GPT를 기획 등에 써보니 일주일, 열흘 걸리던 작업이 불과 3~4시간으로 줄어 너무 편해졌다”며 “문제는 챗GPT에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응하는 답을 해주는 만큼 매일 사용하면서 더 정교한 질문, 더 좋은 질문을 만드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IT회사 대표 겸 프로그래머인 B씨도 매일 챗GPT를 쓴다. 그는 “필요한 자료를 즉각 찾아주고 기초 작업까지 해주니 하루 10시간 넘게 걸리던 코딩 작업이 30분으로 줄었다”며 “이 걸 쓰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프로그래머도 경쟁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대화형 AI인 챗GPT를 활용하려면 제대로 질문하는 능력, 이른바 질문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AI를 활용하기 위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잘 입력하는 것이다. 나아가 AI와 협업하거나 AI를 리딩해 가려면 다양한 기술적 흐름이나 사회 현상들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다듬는다면, 질문 수준이 남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출처: 오픈AI 홈페이지
2. 도메인 키워드, 연관 키워드 순차 입력해 스토리라인 만들어야
그렇다면 묻는 만큼만 알려주는 ‘까칠쟁이’라는 평가를 받는 챗GPT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대중을 상대로 챗GPT 강연을 하고 있는 송세경 카이스트 교수(전기 전자공학부)는 ”원하는 방향의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에 어떤 키워드를 담느냐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인 도메인 키워드를 입력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알고 싶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었인지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고, 이를 5단계, 6단계 등 단계적으로 나누어 생각해서 풀어가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 먼저 도메인의 핵심 키워드를 입력, 답변을 얻은 다음 다시 연관 키워드를 순차적으로 계속 입력하는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 빅 픽쳐를 그리고,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도메인 키워드와 연관 키워드, 키워드 융합 질문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출처: 오픈AI 홈페이지
질문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꿀팁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몇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알고 싶은 정보의 유형에 따라 핵심 키워드를 넣어 구체적이고 상세히 질문하라.
단답형인지 객관식형인지 주관식형인지 구분해서 듣고 싶은 대답의 키워드를 넣어 질문하라는 것이다.
또 주요한 키워드를 사용해서, 가령 '주말에 등산을 가고 싶은데 적당한 산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질문하는 대신 '나는 액티브한 성격으로 터프한 산행을 즐기는데, 어떤 산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이렇게 질문해야 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질문하고 번역기를 활용하라.
최근 들어 한국어로 질문해도 답변이 상당히 좋아졌지만, 그래도 한국어보다 영어로 된 데이터가 더 방대하므로 다양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는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3) 같은 질문을 키워드를 바꿔서 2번 이상 질문 해보라.
에세이나 보고서 기획서 등을 쓸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싶으면 먼저 질문에서 답을 얻은 후 새로운 표현으로 질문을 해보면 처음과는 다른 형태의 정보를 제시해줘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4) 챗GPT에 특정 역할을 부여해 질문하라.
예를 들어 '수술을 하는 로봇 의사처럼 행동해줘. 위암 수술을 하다가 오작동으로 의료 사고가 났을 때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려줘.'
이런 식으로 질문하면 아주 자세한 프로토콜을 소개해주는 식이다.
5) 이밖에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하고 철자와 문법적 오류는 피하라.
출처: 오픈AI 홈페이지
3.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학습해 퍼트릴 수 있어 주의해야
물론 주의할 점도 상당히 있다.
챗GPT4의 경우 2022년 8월까지 데이터가 학습되어 있어, 최신 정보는 들어 있지 않다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신 시사 이슈를 질문하면 답이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또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콘텐츠를 생성할 가능성도 있다.
질문 창에 입력되는 건 모두 데이터가 되어 학습 훈련에 이용되기 때문에 중요한 기밀 정보이거나 민감한 정보는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이 사내에서 자신의 AI 챗봇인 ‘바드(Bard)’에 기밀이나 중요 사항을 입력하지 말도록 지시하고, 애플 아마존 삼성도 챗GPT 사용을 금지한 것도 민감한 기업 정보의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챗GPT가 생성형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제시하는 답변에 대한 저작권 이슈, 표절 이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는 만큼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도 사용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챗GPT가 만든 가짜 판례로 변호에 나섰다가 법원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는 사례도 있었다.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이어 프롬프토 엔지니어 전성시대?
한편, 챗GPT의 등장으로 질문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라는 직종이 뜨고 있다. AI로부터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입력하는 질문의 수준을 높여주는 직업군인 셈이다. 즉 더 나은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명렁어)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AI 훈련 교관이라 할 만하다.
지난 2월 미 샌프란시스코의 AI스타트업 앤트로픽은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연봉으로 무려 33만5000 달러(약 4억3,800만원)을 제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프롬프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엔지니어 육성을 위한 교육 과정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수집, 분석해서 깊이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각광을 받고 있듯이, 이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널리 확산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송 교수는 "통계 법학 의학 등 구체적인 결과 데이터를 창출하는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역량을 갖추고, 소프트웨어 운영 메커니즘(코딩)을 잘 이해 하고 있다면 최고의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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