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TV조선 점수 조작' 방통위 전 국장은 파면, 과장은 해임하라"

감사원,?28일 방통위 감사 결과 공개
"재승인 점수 나오자 심사위원 2명에게 수정 요구"
"방통위, KBS 인력 구조조정 안 했는데?재허가 의결"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28 16:12 의견 0

감사원은 28일 지난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방송통신위원회 양 모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 모 전 운영지원과장을 각각 파면, 해임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은 현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다.

감사원은 이날 방통위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고의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감사원 건물. 감사원 제공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은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방통위 감사를 하던 중에 포착,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보낸 사안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16∼20일 5일간 한 연수원에서 2020년 상반기 종편·보도채널 재승인을 심사했다.

심사위원장인 윤 모 교수(구속기소)를 제외한 심사위원 12명이 채점한 결과 TV조선의 총점이 650점을 넘었고 '방송의 공적 책임' 등 중점 심사에서도 50% 이상을 얻었다. 이는 별도 조건 없이 TV조선에 재승인 결정을 해야 하는 점수다.

차 전 과장은 이 결과를 양 전 국장에게 보고했고 양 국장은 윤 교수에게 점수 조작을 제의했다. 윤 교수의 동의 하에 차 전 과장은 심사위원 2명에게 이미 제출된 심사평가표를 돌려주며 중점심사 사항 점수를 수정하게 했다.

방통위는 수정된 채점 결과를 토대로 TV조선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감사원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인용, 차 전 과장의 보고를 받은 양 전 국장이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에게 채점 결과를 보고했으며, 한 전 위원장이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양 전 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자신이 채점 집계 후 차 전 과장에게 점수 수정을 상의한 적이 없고 일부 심사위원과 개별 만남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당시 합숙 도중 방통위 직원들과 뒤풀이 회식 중이던 차 전 과장이 양 전 국장의 전화를 받은 뒤 심사위원들과 2차 술자리를 했다는 방통위 직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양 전 국장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당시 TV조선에 당초의 기준인 '4년'이 아닌 '3년'을 조건부로 제시한 법률 자문도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이 공모해 허위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당시 한 법무법인이 채널A 취재윤리 위반 의혹 사례를 두고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심사 등을 거쳐 기본계획과 다른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자 방통위 직원에게 TV조선에도 이를 적용해 보고서를 쓰게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외부 추천으로 선정하기로 한 시청자·소비자 분야 심사위원 3명을 추천기관이 아닌 방통위 상임위원이 추천한 인물을 선정했다는 것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KBS(한국방송공사) 재허가 심사과정의 부실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017년 진행한 KBS 재허가 심사에서 '인력구조 개선' 조건을 내걸고도 계획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허술하게 점검했다.

감사원은 2017년 KBS는 정기 감사에서 상위직급(2직급 이상)이 전체 직원의 60%를 초과하는 등 인력구조가 '가분수형'이라는 지적을 했다.

이에 방통위는 2017년도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때 감사원의 이런 지적을 반영해 KBS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2020년 KBS로부터 받은 이행 실적(상위직급 비율 57.4%)이 크지 않은 데도 조건이 이행됐다며 재허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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