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대표 주재훈(31)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Compound)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동호회 출신으로 값진 은메달이다.
주재훈은 이날 결승전에서 소채원(26)과 팀을 이뤄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조티 수레카 벤남 조와 겨뤘으나 158-159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양궁에 혼성 단체전이 도입된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2018년)에 이어 이 종목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했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메달(은)을 딴 주재훈 선수의 인터뷰. 왼쪽이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던 경북 울진의 한 폐축사다. JTBC 유튜브
같이 활을 쏜 소채원은 이로써 2018년 아시안게임 때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 금메달, 혼성전 은메달을 땄다.
주재훈은 대부분의 선수가 엘리트 코스인 실업팀 소속이 아닌 양궁 동호회 출신이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일하는 청원경찰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1년간 무급휴직을 냈고, 내년 3월 복직한다.
주재훈은 대학 3학년 때인 2016년 양궁을 처음 접했다. 해병대 제대 후 복학한 그는 양궁을 좋아해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양궁클럽을 찾았다.
처음 쏴본 활에 재미를 느꼈고 이후 재능까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때부터 혼자서 양궁을 공부했다.
한국과 외국 선수들의 국제대회 경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활과 화살 손질, 보관 방법도 익혔다.
하지만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었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지인의 빈 축사 야외 공터를 빌려 과녁을 만들어 놓고 활 쏘는 연습을 했다.
주재훈은 “청원경찰은 근무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아 시간이 나는 아침과 늦은 오후, 야간에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활 쏘는 것에 자신이 붙자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도전 5번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려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졌고, 올해 4월 다시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려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재훈은 “이번 아시안게임 전까지 출전했던 3번의 국제대회에서 매번 4등을 했다. 국제대회에서 딴 첫 메달이어서 회사에서 승진한 것보다 더 좋다”고 기뻐했다.
컴파운드(Compound) 영어로 '혼합'인데 올림픽에는 이 종목이 없다.
올림픽 종목에 비슷한 '리커브(Recurve)'가 있는데 활의 끝부분이 휘어 있다.
컴파운드는 리커브에 없는 도르래가 활의 양끝에 달려 있어 적은 힘으로 시위를 당길 수 있다. 도르래에 시위와 케이블이 엮여 있다.
리커브는 화살이 날아갈 때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처럼 출렁이고, 컴파운드는 직선에 가깝다.
경기 방식도 다르다. 컴파운드는 총득점으로 승부를 가리지만 리커브는 세트제로 한 세트에서 40점을 먼저 따면 승점 2가 주어진다.
이 종목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정식 종목이 될 가능성도 있다.
'평범한 직장인'-'늦깎기 선수' 주재훈은 “그렇게 되면 국가대표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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