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너지는 지방의료 체계를 살리기 위해 전국 국립대병원의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 이는 각 지방의 거점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대형 병원 수준으로 육성해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더라도 인근 국립대병원에서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 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안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큰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향후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다. 제도 개선안을 우선 내놓고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구체적인 사안은 의료계와 추가 논의한 뒤 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립대병원은 법률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어 정원을 함부로 늘릴 수 없다. 직원 급여도 총액 인건비(올해 기준 인상률 1.7%)로 묶여 있다.
민간·사립대 병원만큼 보수를 주지 못하니 의료진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 또는 사립 병원으로 자리를 자주 옮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립대병원 의사의 2년 내 퇴사율이 무려 58.7%에 이른다.
정부는 우선 국립대병원이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 인건비와 정원 관리 등 공공기관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국립대병원 관리 부처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꿔 의료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국립대병원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하거나 인력·인건비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만드는 방안 등을 종합 검토 중이다. 구체안은 내년 초 발표 예정이다.
또 노후화 된 중증 및 응급 진료 시설과 병상 등을 개선하는 지원금도 늘린다.
현재 25% 수준인 국립대병원의 진료시설과 장비에 대한 정부 지원율을 75%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는 우수한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을 전국 70개 중진료권별로 육성해 필수의료 수술·응급 공백을 해소하고 환자의 상급병원 쏠림을 방지하기로 했다.
진료 정보 교류, 의뢰·회송 지원을 강화해 컨트롤타워인 국립대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하고,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하는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현재 만성질환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반으로 확대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역에 남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현재 40%인 의대 지역 인재 전형 비율을 더 확대한다. 복지부는 50%까지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의 연구 조사 결과 지방 광역시 소재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60.1%가 지방에서 근무했다.
또 전공의들이 지역·필수 의료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의 수련병원에 전체 전공의 정원의 50%를 의무 배정한다. 필수진료과의 수련비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고난도·위험 부담이 큰 수술을 많이 하는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민·형사상 부담도 낮춘다. 기존에는 어쩔 수 없는 분만의료 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70% 분담했는데 전부 책임진다. 환자 보상금 한도도 올릴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고, ‘각자도생’식 비효율적인 의료 전달체계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겠다”며 “국립대병원 소관 변경을 계기로 필수의료 중추, 보건의료 R&D, 인력 양성 공급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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