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업체, 중국 투자 지분 25% 넘으면 미국 전기차 보조금 못 받는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03 20:34 의견 0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를 넘는 배터리 합작사를 '해외 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해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FEOC의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을 주지 않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조치다.

미국 재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FEOC 세부 규정을 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한 대당 최대 보조금 7500달러(970만 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코마롬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미 재무부는 배터리 합작사의 중국 자본 지분 허용률을 25%로 결정하고 ▲외국 기업이 해외우려국에서 설립됐고 소재하거나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우 ▲해외우려국 정부에 의해 소유·통제·지시를 받는 경우 FEOC로 간주했다.

해외우려국이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말한다. 해외우려국 정부에는 중앙·지방정부, 중앙·지방정부의 기관·기구, 지배·집권 정당, 전·현직 고위 정치인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합작사의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면 합작사를 ‘소유·통제·지시’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미 상무부는 전기차와 같이 반도체법(CHIPS Act)에서도 중국 측이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합작회사를 FEOC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만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이 생산 전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해 배터리를 만드는 경우 ▲미국 기업이 생산량과 생산기간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 ▲미국 기업이 지식재산권과 정보를 사용하는 등 생산 전반을 통제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이번 발표로 그동안 드리워졌던 경영 및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과 대규모 합작을 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 측의 투자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생산라인 설립에 지분을 더 매입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해 '지분 투자 25%룰'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LG화학,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수출 우회로가 필요한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찾는 한국 기업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배터리 업계는 해외우려국 '정부'와 무관한 '민간 기업'과 국내 배터리 기업이 합작할 땐 지분율 25%를 웃돌아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미국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지난 2일 장영진 산업부 1차관 주재로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 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미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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