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넥슨에 과징금 116억…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금액

아이템 '큐브' 확률, 유저에게 불리하게 변경
공지 누락 후 거짓 공지도
위반 기간 큐브 매출은 5500억 원
큐브 구매에 2억 8천만 원 쓴 유저도 있어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03 22:34 | 최종 수정 2024.01.03 23:09 의견 0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에서 판매 중인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유저에게 불리하게 바꾸고도 이를 알리지 않아 전자상거래법 사상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유저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줄면서 그만큼 돈을 더 쓸 수 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넥슨코리아에 과징금 116억 42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2003년 출시돼 20년이 넘게 서비스 중인 장수 온라인 게임이다. 국내 누적 이용자가 2300만 명에 이른다.

유저들은 이 게임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몬스터를 사냥한다. 장비의 능력은 '기본 능력'과 '잠재 능력'으로 구분된다. 이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는 이용자의 캐릭터가 보유한 장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료 아이템이다.

따라서 이용자로서는 장비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큐브 구입이 필수다. 큐브의 매출액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넥슨은 지난 2010년부터 10년 넘게 이 큐브의 확률을 마음대로 바꿨다. 인기가 높은 일부 옵션은 드물게 나오도록 하거나 아예 나오지 않게 조정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 9월 기존 균등확률로 출현하던 잠재 옵션의 출현 확률에 가중치를 적용해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바꿨다. 하지만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당시 넥슨은 사소한 사항까지도 공개했으나 큐브의 확률 변경 사실은 누락했다.

넥슨은 또 다음 해인 2011년 8월~2021년 3월 큐브 사용 때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 옵션(소위 보보보, 드드드 등) 등을 아예 나오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바꾸고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특히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고 거짓 공지를 했다.

넥슨은 이어 2013년 7월부터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어 이 등급으로 상승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했다.

하지만 처음에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2013년 7~12월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더니 2016년 1월에는 다시 1%로 낮추었다. 하지만 이 사실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 큐브 구매에만 한 해에 최대 2억 8000만원을 소비한 이용자도 있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날 "위반 기간 유저들이 구입한 (큐브) 금액이 5500억 원 정도"라며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옵션의 확률을 낮췄기 때문에 그만큼 지출이 더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고도 넥슨은 '버블파이터' 게임에서도 '올빙고 이벤트'에 사용되는 매직바늘의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바꿨지만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기존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항시 골든 숫자카드가 나오도록 확률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10~29차 이벤트에서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는 골든 숫자카드 출현 확률을 0%로 설정하고, 6개 이상 매직바늘을 사용할 때만 골든 숫자카드 획득이 가능하도록 확률을 설정했다. 이도 알리지 않았다.

특히 올빙고 이벤트 공지에서는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확률을 공개하면 문제가 탄로날 것으로 우려되자 '오류 수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이용자들을 기만했다.

김 국장은 "넥슨은 2018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거짓·기만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이번에도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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