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기술 변곡점이 있었지만, 인공지능(AI)이 만드는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거셉니다. 변화를 예측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I 시대를 선도하고 1등 기술력을 이어가기 위해 요소기술 혁신과 빠른 제품화, 고객 및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권언오 부사장은 최근 이 회사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초 회사가 AI 인프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한 ‘AI Infra’ 조직 산하 HBM PI담당 임원으로 발탁됐다.
AI메모리를 대표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요즘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Through Silicon Via, 수직관통전극)로 연결,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한 선행 기술 제품으로 가장 기술 집약적 D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AI 기술 진화와 함께 HBM 수요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HBM 가운데 가장 진화된 5세대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인데,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이 제품의 양산을 시작,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만큼 권 부사장에 거는 회사측의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앞서 권 부사장은 D램 개발 연구위원으로 있던 2022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D램인 LPDDR에 HKMG 공정을 도입했고, 초고속·초저전력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LPDDR5X와 LPDDR5T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지난해에는 그룹 내 최고 권위의 상인 ‘SUPEX추구상'을 받기도 했다.
권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에 대한 모두의 기대가 큰 시점에 중책을 맡게 되어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며 “세계 최고의 HBM을 개발한 우리 구성원들의 경험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K하이닉스는 HBM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난 연말 HBM 개발부터 제품화,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한데 모아 ‘HBM 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했다. 개발 초기 의사 결정 과정을 단축하는 한편, 개발 단계에서부터 직접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권 부사장은 “HBM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HBM 비즈니스 조직이 구성된 덕분에 기술 역량을 집중해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구성원들 역시 목표 지향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자신의 커리어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일로, 모바일용 D램의 일종인 LPDDR에 시스템 반도체의 HKMG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것을 꼽았다.
HKMG는 반도체 요소 기술의 대표적 혁신 사례 중 하나로, 주로 시스템 반도체에 적용됐던 공정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그 중에서도 누설 전류를 제어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모바일용 D램에서는 구현이 쉽지 않았다.
권 부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시스템 반도체에 HKMG 공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경험을 토대로 모바일용 D램에서의 기술 장벽도 뛰어 넘었다.
그는 “메모리 회로 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술적 성과를 SK하이닉스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시스템 반도체에서 메모리 반도체로의 도전을 감행하게 된 계기도 바로 HBM이라는 제품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이제 또 한번의 기술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미세화(Tech Scaling) 기반 성능 개선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와 소자, 공정이 융합하며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하는 혁신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혁신의 시작이 HBM이라 확신했습니다.”
권 부사장은 앞으로의 HBM 시장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전문화(Specialized), 고객 맞춤화(Customized)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차세대 HBM은 기능적 우수함은 물론이고, 고객별로 차별화한 스페셜티(Specialty) 역량과 메모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부사장은 이를 위해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어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AI용 메모리는 현재와 같은 데이터센터향(向) 외에도 특정 목적에 맞춰 성능과 효율성을 높인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주문형 반도체) 형태나 고객의 제품에 최적화한 온디바이스(On Device)형태로 확대될 것입니다.
HBM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D램이 AI용 메모리로 사용될 것이고, 전통적인 특성 외 다양한 조건으로 특화된 소자 개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격변기에는 여러 기술을 융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고, 과감히 도전하며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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