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는다"···환자 1천 명 다음 달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역대 최대규모 궐기

환자단체연합회, 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참가
"집단 휴진 강행·결의에 실망 넘어 분노와 참담"
"환자 생명 갖고 하는 '집단 행동' 단호히 대처"

정기홍 승인 2024.06.21 21:18 | 최종 수정 2024.06.21 21:19 의견 0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로 의료 공백 사태가 4개월을 넘긴 가운데 참다 못한 환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환자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는 21일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로고

주최 측이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 때 제출한 참석 인원은 1000명이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뙤약볕에 나와 의사의 진료 거부를 규탄하겠다는 것이다.

앞선 2014년,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때에도 환자들의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환자 단체들은 '앞으로 환자를 함부로 했다가는 환자들이 직접 모인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데 '의사는 절대 환자를 못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다.

주최 측은 더운 여름의 집회여서 시간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잡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등도 대기시킬 계획이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모습. 의협TV

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의사들이 총궐기 대회를 하는데 우리가 1만 명을 모을 수는 없지만 총궐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의견이 모였다"며 "덥지만 그래도 한번은 직접 국민에게 (환자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무총리나 복지부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계의 연이은 집단 휴진 강행 및 무기한 휴진 결의는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와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며 "환자들은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환단연은 최근 의사 집단휴진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알리는 '온라인 피케팅'도 시작했다. 'STOP'(스톱·중단)에 '집단사직', '집단휴진', '환자불안', '환자피해'를 붙인 피켓 이미지를 온라인에 배포하고 SNS 등에서 '온라인 피케팅'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집회를 자제했지만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는 못 참겠다'는 공감대가 환자들에게 형성되고 있다"며 "환자 생명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직접 단호히 대처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환단연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가 속해 있는 연합 단체다. 또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전국에 13개 지부를 두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의료 공백 사태의 빠른 종결, 진료 지원인력(PA간호사) 합법화와 함께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하게 하는 법 제·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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