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일 더불어민주당이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직 검사장 절반 이상 등 검사 수백여 명이 집단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탄핵소추안을 '야만적 사태', '광기어린 무도함' 등 강한 단어를 동원해 성토했다. 또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유철 수원지검장도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며 비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일 민주당이 검사 4명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방탄 탄핵 ▲위헌 탄핵 ▲위법 탄핵 ▲사법방해 탄핵 ▲보복 탄핵 등 5가지로 정리해 비판했다.
이 총장은 "검사를 탄핵한다고 해도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검찰은 국회 절대 다수당의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이 총장의 발언 요지를 정리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했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5시까지 150여개의 검사장급 간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전 대표 수사와 재판 담당 검찰청 간부들도 댓글을 달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등의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 하에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공직자를 탄핵하는 나라를 그 누구도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상 탄핵이 망치가 되어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김유철 수원지검장도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도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저희는 그때까지 묵묵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검사장 등 간부들도 민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의 검사장급 45명 중 절반 이상이 게시글과 댓글 작성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이 사법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이날 오후 3시쯤 '나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022년 5월부터 2년간 중앙지검장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고 가열찬 글을 올렸다.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이라며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다. 사리분별력 잃은 정치권력이 폭력 행사한다면 이상동기범죄와 같이 그 피해는 누구에게나 돌아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도 "몇 년 새 광기 어린 일부 인간들의 무도함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 과연 그들은 훗날 역사 앞에 이 죄를 어떻게 씻으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세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런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시도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를 지키고 범죄에는 반드시 처벌이 따르도록 우리 본연의 할 일을 흔들림 없이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영빈 청주지검장은 "정략적 목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탄핵을 남발하고, 더욱이 특정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표적으로 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이리 가벼이 탄핵을 한다고 하니 검사로서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억지 탄핵으로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 없다"(박기동 대구지검장) ▲"탄핵 사유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도 없다"(박재억 인천지검장) ▲30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 검사가 연행되면 이 검사가, 이 검사가 연행되면 김 검사가 하면 된다'는 장면이 떠오른다"(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검사들이 국회의 탄핵소추에 맞서 집단대응 하는 방안도 논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철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내부통신망에서 부당하게 탄핵을 당한 검사님들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국 청별로 검사 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희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도 "불법적인 탄핵 발의를 당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넘어 실질적 도움을 드려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수사 때 수사 부서 등에 있었던 검사들은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재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은 "언젠가 이런 정치적 보복과 압력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사소한 절차상 시비도 없도록 수사했다"고 했고, 이희동 서울남부지검 1차장은 "국정농단을 수사할 때와 같은 검사들이다. 사건이 바뀌자 입장을 바꾸어 수사팀을 비난하다가 심지어 탄핵까지 하는 것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이율배반적인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또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전 법무부 대변인)은 "특정인을 지키고자 국민 모두의 자산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철저히 파괴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병준 서부지청장은 "탄탄한 수사와 공소유지에 달리 수가 없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대부분의 검사들도 "검사는 사건을 고를 수 없다. 어떤 검사에게 이런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무차별, 무분별, 무책임한 탄핵 정치", "탄핵 사유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직업적 양심까지 저버렸다" "민주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일",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자"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특히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 마음과 힘을 보태겠다"는 응원·지지 글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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