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앞섰다'···SK하이닉스, 5세대 반도체 'HBM3E 12단' 세계 첫 양산

현존 최대 36GB 용량 구현…속도·용량·안정성 등 최고 수준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탑재 전망…"독보적 AI메모리 리더 입증"

정기홍 승인 2024.09.26 14:16 | 최종 수정 2024.09.26 23:28 의견 0

SK하이닉스는 26일 현존 HBM(고대역폭 메모리) 최대 용량 36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양산했다고 밝혔다. 기존 HBM3E 최대 용량은 3GB D램 단품 칩 8개를 수직 적층한 24GB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양산은 SK하이닉스가 먼저 한 것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전력 소비는 줄이는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D램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아 AI(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E. HBM3E 현존 최고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가 구현됐다. SK하이닉스

HBM3E 12단 신제품은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에 탑재될 전망이다. 지난 3월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AI 반도체로 불리는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로, 대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붙여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HBM1)를 출시한 데 이어 HBM 5세대(HBM3E)까지 전 세대 라인업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해 온 유일한 기업"이라며 "높아지는 AI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이 AI 메모리에 필수적인 속도, 용량, 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동작 속도는 9.6Gbps로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다. 특히 AI 학습 훈련에서 속도를 크게 높였다.

SK하이닉스의 신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GPU로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 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두께는 기존 8단 제품과 같지만 3GB D램 칩 12개를 쌓아 용량을 50% 늘렸다.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실리콘전통관극(TSV)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았다.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했다.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적용해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을 10% 높였고 강화된 휨 현상 제어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담당(사장)은 “SK하이닉스는 다시 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착실히 준비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HBM3E 12단 세계 최초 양산은 지난 15일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에서 D램 업황의 올해 4분기(10~12월) 고점론,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나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4%가량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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